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6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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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게토에서의 유대인을 향한 억압과 폭력은 자유와 평화를 더욱 갈망하게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망 앞에서도 잠시나마 안도감과 위로를 주는 것이 예술의 힘 인가보다. 마르셀이 말했듯이 예술의 3형제 음악, 미술, 문학 중에 가장 즉각적인 감정 전달의 힘을 가진 것은 당연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이 밝혀낸 영향력 면에서도 소리의 파동은 거의 빛과 동급이 아니었던가.
이번 장은 읽는 내내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주인공인 듀플레인이 교도소 방송실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틀어 교도소 전체에 들리게 하는 장면이다. 이때 모건프리먼이 했던 대사는 완벽하게 게토의 음악회 상황과 일치한다 생각되어 옮겨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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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 않다. 어떤 아름다운 것들은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 중에서 < 피가로의 결혼 ‘편지의 2중창’>
인상 깊은 부분
음악회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교향악단 연주회는 관객들로 넘쳐났다. 궁핍함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아니다. 굶주리고 비탄에 빠진 이들을 연주회장으로 이끈 건 저항이 아니라 위로와 감동을 받으려는 마음이었다. 진부하지만 여기에서만큼은 진실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끊임없이 목숨을 걱정해야 하고 언제든지 불려갈 각오로 근근이 버티던 그들은 한두 시간이나마 보호와 피난처를 찾아 나섰고, 안도감이라는 것을 맛보기 위해, 어쩌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연주회장으로 몰려든 것이다.(p.206)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언어보다 음악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는 말, 음악이 더 강하게 감정을 일깨우고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말은 맞는 듯하다.(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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