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쓰기 73

<이스탄불>#6일차-14, 15, 16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6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6일차14장. 오시마 지뱉 을침 에닥바15장. 아흐메트 라심 그리고 다른 편지 칼럼 작가들16장. 길거리에서 일을 벌리고 걷지 마시오17장. 그림 그리는 즐거움   단상쓰기오르한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충고와 비판의 대상으로 보고 할 수 있다면 강압적으로라도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로 보는 것 같다. 일반 시민을 ‘군중’이라고 표현한다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매너와 예의를 가르쳐 주어야 했다는 표현에서 독단적 명제의 강압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당시 글 쓰는 사람들은 당국을 비판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군중들에 대한 충고글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며 그들 ‘덕분에’ 그 당시의 이스탄불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주장은 일방적 옹호와 ..

<이스탄불>#5일차-11, 12, 13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5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5일차11장.  네 명의 외롭고 슬픈 작가12장.  할머니13장.  학교생활의 지루함과 즐거움    단상쓰기오르한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학교생활을 읽으며 나의 유년기를 함께하셨던 외할머니와 나의 초등시절의 학교생활을 떠올렸다. 나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오르한과 비슷한 맥락이거나 좀 더 애틋한 일상이 추가된 정도였으나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은 오르한과 너무 달라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바로 게으르고, 자존심도 없고(그게 뭔지 모름), 둔감하고, 멍청한 쪽이라고 기억되고 있어서 혹시 이것이 위인과 일반인의 차이점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게다가 ‘삶의 어두움과 반 친구들의 영혼으로 열리는 “그렇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자신에게 ..

<이스탄불>#4일차-10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4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4일차10장. 비애 - 멜랑콜리 - 슬픔     단상쓰기어둠이 깔린 저녁에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들에 대한 비애의 풍경에 대한  끝나지 않고 징징대고 늘어지는 문장 때문에  비애고 뭐고 문장의 길이의 압박에 주어 동사가 행방불명되어 몸서리치게 지칠 때쯤 (p.134에서 시작한 이 문장은 무려 p.141에서 끝났다.) 비애는 대단한 상실감에서 온다는 것과 때문에 지나친 자부심은 놀랍게도 부정적 감정에 속해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이토록 정성 들여 이스탄불의 비애를 전달하려 애쓰는 오르한에게 한 가지 고백을 하고 싶다. 당신이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나는 ‘한’이라는 좀 더 다이나믹한 감정이 5천 년어치 쌓인 땅에 태어난 한국인이라 당..

<이스탄불>#3일차-7, 8, 9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3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3일차7장. 멜링의 보스포루스 풍경8장.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가출9장. 또 다른 집 : 지한기르    단상쓰기 유복하고 번성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몰락으로 접어들어 가난과 불행의 과정으로 이어져 부모의 잦은 불화와 가출을 감당하며 자라나야 했던 오르한의 어린 시절이 번영과 풍요 후 쇠락과 상실을 거쳐 슬픔과 비애로 장식된 이스탄불의 과정과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흑백의 이스탄불에 더 큰 비애로 더해진 부모의 잦은 가출이라니 가난이니 우울이니 패배감 등의 개념을 아직 눈치채지 못할 어린 시절에 대해 시종일관 우울함으로만 써내리는 오르한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부모의 가출이라니, 아직 어린 나를 회피하는 나의 엄마라니 작은 발로..

<이스탄불>#2일차-4, 5, 6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2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2일차4장. 허물어진 파샤 저택들의 슬픔:거리의 발견5장. 흑백6장. 보스포루스 탐험  단상쓰기오늘날의 시각적 감각에 호소할 오스만의 회화예술은 전무하다는 슬프고도 충격적인 언급에서 이 당시 이스탄불이 가진 깊은 패배감과 상실감이 느껴졌다. 또한 오스만의 세밀화는 회화예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오르한이 언급한 마트락츠 나수흐(Mecmu-i Menazil)와 터키 화가들의 세밀화를 찾아보았다.  오르한의 주장대로  오스만의 세밀화들은 사실적 기록을 위한 평면도처럼 보였다. 주로 초상화나 행렬을 담은 그림들이고 오로지 정확한 표현의 기록만이 목적인 것처럼 정밀하고 정확한 형태와 색상들의 명백함이 도장 찍히듯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

<이스탄불>#1일차-1, 2, 3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1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1일차1장.  또다른 오르한2장.  어두운 박물관 집의 사진들3장.  "나"   단상쓰기소설인 줄 알고 집었다가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에세이임을 읽기 시작한 뒤에야 알았다. 저자가 태어난 곳 이스탄불. 책 첫머리부터 이스탄불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문지기처럼 서있다. 내 머릿속이 기억하는 유럽의 지도는 이탈리아쯤에서 끝나버린 동유럽뿐이었기에  이스탄불 주변을 더 넓게 보기 위해 다시 구글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넓게 확인한 후 나도 모르게 아…하는  작은 비명이 나온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아시아에 더 가까운 삐쭉 튀어나온 유럽의 대륙이라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이 땅이 가져야 했던 충돌과 공존, 번영과 쇠락 교차와 혼란이 주었을 ..

보바리 부인#18일차-3부 11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8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8일차3부 11장  단상쓰기엠마는 인생의 행복, 열정, 도취를 탐구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욕망을 향해 뒤를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질주하다가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 비극을 초래하더니 스스로 인생을 마감했다. 샤를은 엠마와 같은 갈망이 없는 상태로 만족하며 살다가 견딜 수 없는 진실의 고통을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운명 탓을 하며 마지막 원망조차 삼킨 채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듯했다.  그러나 샤를은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르게 그의 영혼은 그런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샤를이 자신의 영혼에게 반드시 해야 했던 질문들은 전달되지 않았고 전달되지 않은 질문과는 상관없이 차곡히 누적된 답변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비참한 파국으로 샤를 앞에..

보바리 부인#17일차-3부 9, 10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7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7일차3부 8장  단상쓰기 엠마의 죽음과 장례식 앞에서 샤를도 루올도 오메도 각각 다른 행동을 보인다. 특히 흙무덤에 함께 파묻히겠다던 샤를도 조금 지나자 진정이 되어 막연한 만족감까지 느끼는 장면과 담배를 여유롭게 피던 루올 노인의 모습에서 7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다.  71세 평생을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나 별다른 질환이 없으셨던 분의 느닷없는 죽음이었다. 한밤중에 호흡이 안돼서 119 응급차를 불렀고 그대로 중환자실로 들어가신지 5시간 만에 돌아가셨다. 주된 원인은 면역력 저하 시기인 여름 폭염의 끝자락에서 어디선가 감염된 바이러스성 급성폐렴이 원인이었고 아니 그보다는 치료의 골든타임인 3~4일을 놓친 2차 원인..

보바리 부인#16일차-3부 8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6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6일차3부 8장   단상쓰기절망과 함께 온 사랑의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 망설임 없는 죽음으로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엠마를 지켜보면서 가망 없는 절망 속에서도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거라는 어느 가난한 식자공의 말이 생각났다.(게토에서 탈출한 마르셀을 숨겨준 식자공이 했던 말이다.)사랑이 없다면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순순히 빼내버리는 엠마의 유약함에서 내 삶에 가해질지도 모르는 위협을 느낀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일은 자신이 번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신을 죽이는 일에 타인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의 목숨은 나를 위해서라도 쉽게 버리진 말아달라는 말하..

보바리 부인#15일차-3부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5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5일차3부 7장   단상쓰기 싫어하면 용서도 빌 수 없다는 엠마. 자신을 내팽개치는 사치와 허영은 스스로를 얼마나 망가트리는지. 이로 인한 엠마의 어리석음의 사악도가 생각보다 높다. 샤를 앞에 이토록 단단하고 철저한 파국을 켜켜이 만들어 놓고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에겐 용서조차 빌 수 없다는 말에 엠마 삶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 보이는듯했다. 도대체 성장기 그녀의 내면 심리의 기초공사는 어떤 재료들로 만들어진 걸까. 아무리 상대가 싫다 해도 명백한 내 잘못에 대한 마지막 양심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비는 것은 상대방을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의 문제임을 엠마가 알았다면 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