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4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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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문학 평론가’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인간 마르셀은 어떤 사람인 걸까.
“남들이 나를 좋게 볼지 나쁘게 볼지 개의치 않고 말한다면, 아무 경험도 없는 내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라는 게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걸까. ‘주변인들과의 문제’임에도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고 하는 걸 보니 ‘남’에 대한 의식을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한 것은 분명한데 아직 스무 살 즈음의 어린 청년임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도 여러 번 되풀이됐다고 하니 경험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추측이다. 게다가 굳이 덧붙여봐야 근거가 될 수 없는 ‘언제나 감당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업무’를 하게 됐다는 말이 다소 변명처럼 느껴지는 것은 많은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업무만 선택하며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 경우 오히려 그 ‘남’에 대한 고민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도시에 존재하는 행정기관에서 유대인을 대신하여 독일과 폴란드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알리는 업무를 하면서 ‘남’에 대한 신경을 전혀 고민하지 않으면서도 만족감까지 느꼈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마르셀의 설명을 더 듣고 싶은 부분이었다.
인상 깊은 부분
나는 만족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생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었으니까. 다소 까다로웠던 담당 업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또 하나, 남들이 나를 좋게 볼지 나쁘게 볼지 개의치 않고 말한다면, 아무 경험도 없는 내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나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상황이 앞으로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되풀이될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언제나 나는 감당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업무와 매번 맞닥뜨리며 살아왔다.(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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