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2

<이스탄불>#6일차-14, 15, 16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6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6일차14장. 오시마 지뱉 을침 에닥바15장. 아흐메트 라심 그리고 다른 편지 칼럼 작가들16장. 길거리에서 일을 벌리고 걷지 마시오17장. 그림 그리는 즐거움   단상쓰기오르한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충고와 비판의 대상으로 보고 할 수 있다면 강압적으로라도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로 보는 것 같다. 일반 시민을 ‘군중’이라고 표현한다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매너와 예의를 가르쳐 주어야 했다는 표현에서 독단적 명제의 강압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당시 글 쓰는 사람들은 당국을 비판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군중들에 대한 충고글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며 그들 ‘덕분에’ 그 당시의 이스탄불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주장은 일방적 옹호와 ..

<이스탄불>#5일차-11, 12, 13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5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5일차11장.  네 명의 외롭고 슬픈 작가12장.  할머니13장.  학교생활의 지루함과 즐거움    단상쓰기오르한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학교생활을 읽으며 나의 유년기를 함께하셨던 외할머니와 나의 초등시절의 학교생활을 떠올렸다. 나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오르한과 비슷한 맥락이거나 좀 더 애틋한 일상이 추가된 정도였으나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은 오르한과 너무 달라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바로 게으르고, 자존심도 없고(그게 뭔지 모름), 둔감하고, 멍청한 쪽이라고 기억되고 있어서 혹시 이것이 위인과 일반인의 차이점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게다가 ‘삶의 어두움과 반 친구들의 영혼으로 열리는 “그렇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자신에게 ..

<이스탄불>#4일차-10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4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4일차10장. 비애 - 멜랑콜리 - 슬픔     단상쓰기어둠이 깔린 저녁에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들에 대한 비애의 풍경에 대한  끝나지 않고 징징대고 늘어지는 문장 때문에  비애고 뭐고 문장의 길이의 압박에 주어 동사가 행방불명되어 몸서리치게 지칠 때쯤 (p.134에서 시작한 이 문장은 무려 p.141에서 끝났다.) 비애는 대단한 상실감에서 온다는 것과 때문에 지나친 자부심은 놀랍게도 부정적 감정에 속해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이토록 정성 들여 이스탄불의 비애를 전달하려 애쓰는 오르한에게 한 가지 고백을 하고 싶다. 당신이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나는 ‘한’이라는 좀 더 다이나믹한 감정이 5천 년어치 쌓인 땅에 태어난 한국인이라 당..

<이스탄불>#3일차-7, 8, 9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3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3일차7장. 멜링의 보스포루스 풍경8장.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가출9장. 또 다른 집 : 지한기르    단상쓰기 유복하고 번성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몰락으로 접어들어 가난과 불행의 과정으로 이어져 부모의 잦은 불화와 가출을 감당하며 자라나야 했던 오르한의 어린 시절이 번영과 풍요 후 쇠락과 상실을 거쳐 슬픔과 비애로 장식된 이스탄불의 과정과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흑백의 이스탄불에 더 큰 비애로 더해진 부모의 잦은 가출이라니 가난이니 우울이니 패배감 등의 개념을 아직 눈치채지 못할 어린 시절에 대해 시종일관 우울함으로만 써내리는 오르한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부모의 가출이라니, 아직 어린 나를 회피하는 나의 엄마라니 작은 발로..

<이스탄불>#2일차-4, 5, 6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2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2일차4장. 허물어진 파샤 저택들의 슬픔:거리의 발견5장. 흑백6장. 보스포루스 탐험  단상쓰기오늘날의 시각적 감각에 호소할 오스만의 회화예술은 전무하다는 슬프고도 충격적인 언급에서 이 당시 이스탄불이 가진 깊은 패배감과 상실감이 느껴졌다. 또한 오스만의 세밀화는 회화예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오르한이 언급한 마트락츠 나수흐(Mecmu-i Menazil)와 터키 화가들의 세밀화를 찾아보았다.  오르한의 주장대로  오스만의 세밀화들은 사실적 기록을 위한 평면도처럼 보였다. 주로 초상화나 행렬을 담은 그림들이고 오로지 정확한 표현의 기록만이 목적인 것처럼 정밀하고 정확한 형태와 색상들의 명백함이 도장 찍히듯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

<이스탄불>#1일차-1, 2, 3장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1일차이난아 옮김 (민음사) #1일차1장.  또다른 오르한2장.  어두운 박물관 집의 사진들3장.  "나"   단상쓰기소설인 줄 알고 집었다가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에세이임을 읽기 시작한 뒤에야 알았다. 저자가 태어난 곳 이스탄불. 책 첫머리부터 이스탄불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문지기처럼 서있다. 내 머릿속이 기억하는 유럽의 지도는 이탈리아쯤에서 끝나버린 동유럽뿐이었기에  이스탄불 주변을 더 넓게 보기 위해 다시 구글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넓게 확인한 후 나도 모르게 아…하는  작은 비명이 나온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아시아에 더 가까운 삐쭉 튀어나온 유럽의 대륙이라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이 땅이 가져야 했던 충돌과 공존, 번영과 쇠락 교차와 혼란이 주었을 ..

나의 인생 #26 독일 연구여행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6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6일차독일 연구여행332p~341p  단상 쓰기데미안을 ‘끔찍한 소설’이라고 말해준 마르셀이 내심 반가웠다. 학창 시절 의무감에 읽었던 데미안은 왠지 기분 나쁜 이야기로 분류되어 내게는 다시 읽기 싫은 ‘암울하고 이상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학생인 내게는 내용이 난해했던 탓도 있었지만  알을 깨고 나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아브락사스에게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결론은 정체 모를 강한 거부감을 갖게 했었다. 파괴로 이루어낸 새로운 세계가 지속 가능한 유토피아 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워낙 유명한 작가의 독보적인 고전인 탓에 자아실현을 위한 성장소설쯤으로 열..

나의 인생 #25 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5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5일차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315p~331p   단상 쓰기마르셀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유명 작가와의 일화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명은 꽤나 귀에 익숙한데 작가가 하인리히 뵐이고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됐다.뵐은 전쟁 기간 내내 독일군이었다. 게토에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마르셀은 그럼에도 그와의 얼떨떨한 친분 관계를 꽤나 자세히 말하고 있다. 뵐의 말처럼 이상한 세계에 살았던 그들의 친분이 흥미롭다.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 남을 돕는 일이라는 ..

나의 인생 #24 브레히트 제거스 후헬 그 외의 사람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4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4일차브레히트 제거스 후헬 그 외의 사람들300p~314p  단상 쓰기마르셀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유명 작가와의 일화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명은 꽤나 귀에 익숙한데 작가가 하인리히 뵐이고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됐다. 뵐은 전쟁 기간 내내 독일군이었다. 게토에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마르셀은 그럼에도 그와의 얼떨떨한 친분 관계를 꽤나 자세히 말하고 있다. 뵐의 말처럼 이상한 세계에 살았던 그들의 친분이 흥미롭다.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 남을 돕는 일이라는 마..

나의 인생 #23 라이히에서 라니츠키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3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3일차라이히에서 라니츠키로283p~p299   단상 쓰기지금까지 마르셀의 자서전을 읽는 내내 생소한 것은 마르셀의 문체이다. 번역본이니 언어에서 오는 간극은 있겠지만 이 두꺼운 책의 중반을 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타인을 관찰하여 써 내려간듯한 절제된 표현을 보면서 아마도 마르셀의 성향이나 취향에 그 이유가 있는 건가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마르셀을 공산당에 크게 열광시켰던  [공산당 선언]의 문체는 격정과 수사와 풍부한 비유들 이였다고 하니 마르셀에 대한 나의 추리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그나저나 전쟁에서 이겨도 이긴 자들이 또 다른 난리들이다. 인간 사회는 싸움 없인 평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