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7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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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앞으로 일어날 홀로코스트의 처참한 학살을 이미 알고 있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답답한 것은 독일군의 탄압이 점점 노골적으로 눈앞에 뻔하게 조여오는 가운데 게토의 유대인들은 왜 이렇다 할 조직적인 저항이 없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편으론 마르셀은 독일 장교를 간단한 문서작성이나 독일어조차 더듬거리며 읽는 형편없는 야만인으로 묘사했지만 한편으론 점령 초기부터 신속하게 유대인을 게토로 몰아넣었고 이후로 차근차근 유대인을 단결시킬 지식인부터 급습하여 사살하며 급기야 유대회 위원들까지 인질로 잡아가는 등의 신속 정확했던 진행 상황을 보면 독일군의 야만적인 능력을 결코 무시해선 안되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독일군의 탁월한 야만적 능력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도 애써 믿지 않았다. 그렇게 마르셀 주변 사람들 중 아무도 믿지 않았다던 유대인을 향한 가스실 대량학살은 결국 그렇게 대대적으로 일어나고야 만 것 같다.
인상 깊은 부분
3월쯤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독일인들이 폴란드 어딘가에서 유대인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죽였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p.209)
1942년 5월과 6월에도 테러 행위가 일어났다. 매일 밤 주로 남자 유대인들이 체포되어 즉시 사살되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 지식인들이라는 게 두드러진 점이었고 그중에는 의사들도 많았다.(p.210)
서로 상반되는 소문들이 무성하게 떠다닌 것도 그때쯤이었다. …한편에서는 독일 관리들, 특히 유대인 거주 지역을 관할하던 책임자들이 그 자리를 내놓고 전방으로 배치되지 않으려고 게토 유지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도 떠다녔다. 사람들은 이런 소문을 전하며 위안을 삼았다.(p.210)
7월 20일과 21일, 게토에 최악의 사태가 임박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살되고 인질로 잡혀갔다. 그중에는 ‘유대회’ 위원들과 부서장들도 있었다.(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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