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5일차- 구걸하지 않겠다,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다

카민셀 2024. 7. 2. 08:00

읽고 단상쓰기#15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다산초당의 동암

 

 

#15일차
구걸하지 않겠다,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다
339p~358p

 

 

단상쓰기

 임금의 석방 명령에도 8년을 집행하지 않았던 것은 노론이 지배하는 조선이었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고 다산의 신의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내가 노론이었더라도 이런 대단한 고집쟁이 트러블메이커 다산만큼은 쉽게 풀어주기 싫었을 것이다.

 한 번만 고개를 숙여 저들과 타협하자는 아들 학연의 부탁을 좀 들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라지만 뭐든 지나치면 양단간의 문제는 존재할 텐데 강산이 한번 바뀌는 것으로 끝났을 유배생활을 대쪽같은 그 고집이 기어이 곱절의 세월로 값을 치르게 한 거 같아 마냥 존경스럽다 할 수 없었다. 

 그 고난의 시간은 다산 혼자만의 세월이 아닌 다음 세대와 공유된  한창때의 아들들의 시간이자 커 나가는 손자들의 시간인 것을 그 고집 덕에 탄생한 목민심서와 같은 유물도 대단하다지만 필요 이상으로 박탈당한 아들들의 세월도 안타까웠다. 

 

 

인상 깊은 부분

 1810년 9월, 큰아들 정학연은 꽹과리를 두드려 아버지의 사면을 요청해, 임금에게 석방 약속을 받았다. 방해 세력의 집요한 공작으로 막상 석방 명령서가 집행된 것은 그로부터 무려 8년이 지난 1818년 8월을 일이었다. 왕이 석방 명령을 내려도 8년씩 집행하지 않는 나라가 당시 노론이 지배하던 조선이었다. ……(중략)…
 한 번만 고개를 숙여 저들과 타협하자는 아들의 읍소는 엄청난 격노로 되돌아왔다. 1801년 11월에 강진에 내려간 다산이 여유당으로 돌아온 것은 1818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마흔에 내려가 쉰일곱의 늙은이가 되어 올라왔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이었다.(p.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