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13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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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정약용이 다산초당에 정착하고 나서야 안정을 찾고 엄청난 학술적 성과를 이뤘다고 하니 사람에겐 터를 잡고 지내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다산도 머물기에 몹시 흡족하여 그 기쁨을 담아 꽃에 대해 20수나 시를 지으셨구나.
꽃에 대해 이렇다 할 지식이 없어 이참에 20수 여러 꽃을 찬찬히 보다 보니 좋아하는 두 꽃에 시선이 멈춘다. 20수 중 두 수나 차지한 꽃은 수구화구나. 해류의 꽃떨기가 술잔만큼 커다랗고 삼월 꽃들 다 진 뒤에 그제야 피는 것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수국화가 맞구나 싶다. 연달아 나온 치자도 백조같은 여섯 꽃잎 뿜어내는 코끝 기억에 청량한 노란 향이 떠올라 처음 보는 두보의 시까지 찾아보게 하였다.
인상 깊은 부분
[다산화사] 중에서…
다락 앞에 나무 하나 어지러이 잎만 돋고
가지 끝에 붙어 있는 꽃망울도 하나 없네.
지난해 동산지기 잘못하여 솎았는데
꽃 피어 살펴보니 다름 아닌 수구화라.
해류의 꽃떨기가 술잔만큼 커다란데
애초에 그 종자가 일본에서 온 거라네.
삼월에도 메마르고 차갑다고 웃지 마라
많은 꽃들 다 진 뒤에 그제야 피어나리.
치자를 세상에서 참으로 특별타 한
두보의 시구는 응당 속임 없으렷다.
보슬비 늦게 내려 긴 가래 들고 가서
한 그루 나눠 심어 몇 그루를 얻었다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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