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14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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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다산이 초당을 꾸미는 과정을 읽다가 부모님의 십여 년 전 전원생활을 시작하시며 꽃 정원을 만들 꽤 넓은 앞마당과 옆에는 채마밭을 가꾸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채마밭은 두 분의 특기여서 그 풍경이 풍성하고 다채로워 늘 볼만했는데 앞마당의 꽃나무 과실나무 갖가지 화초들은 하나씩 보면 예뻤지만 어쩐지 조화롭지 못하고 꽤나 어지러워서 먼발치서 보면 예쁜 소녀의 헝클어진 머리칼 같았다. 그때 꽃을 가꾸는 것과 정원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공부구나를 느꼈었는데 공부왕 다산은 역시나 다산초당 꾸미기에도 조화로운 결과를 보셨겠구나 싶었다
나도 국화와 치자를 좋아한다. 다산과 황상이 이 꽃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보고 반갑게 끄덕끄덕하였다. 국화와 치자 두 꽃 다 꽃잎이 단단하니 정갈하다. 특히 국화는 꽃이 정말 오래가서 겨울에 물에 꽂아도 보름은 거뜬한 꽃이라 그 꾸준한 아름다움을 평소 흠모하여 집에 놓아둘 꽃을 산다면 작고 아담한 소국을 희망해왔다. 단 국화가 정신만 있고 열매 같은 실익이 없다 했는데 평소 국화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국화차는 사람의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주는 차중에도 으뜸임을 주장해 본다
인상 깊은 부분
여러 가지 꽃 중에 국화는 특별히 빼어난 점이 네 가지가 있다. 꽃을 늦게 피우는 것이 하나요, 오래 견디를 것이 하나며, 짙은 향기가 하나요, 곱지만 야하지 않고, 깨끗하나 쌀쌀맞지 않은 것이 하나다. (p.333)
[황상의 시, 치자 꿈을 꾸고.. 중에서]
그 꽃은 담백하여 속됨이 없고
풍후하고 해맑아 어여쁘다네.
가지가 열이면 꽃도 열 송이
열 송이 꽃 씨도 꼭 그만큼 일세.
어여쁜 잎 어찌나 정정하던지 하나하나 꽃떨기 꽂고 섰구나.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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