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22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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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욕심 없이 청복만 바란다고 과연 청복이 지켜질지 염려했는데 일이 벌어졌다.
누군들 물질세계 복잡하고 괴로운 계산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 않을까.
누군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고약한 속내로 아비규환을 느끼며 상처받기를 원할까.
다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속에 넋이니 혼이니 품고 사느라
세상 속 치사함 온몸으로 기꺼이 부딪히며 살아냄을 다 할 뿐이다.
세상이 더럽고 괴로워 도망친다고 세상이 나를 과연 가만히 놔둘 리 없다.
늙도록 일궈놓은 한 뼘 땅 돌무더기 비탈길 일속산방조차 가차 없이 앗아가는 게
세속 삶 괴로워 꼴 보기 싫다 도망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황상의 조카들까지 합세한 것은 황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 재산 미련 없이 아우에게 줄 때부터 예견된 일 같다.
진심이 없는 자에게 나 혼자 진심을 다해봤자 반드시 대가를 치를 뿐이다.
황상의 발뒤꿈치를 따라 공경과 부귀를 하찮게 여겨도 되는가 희망하다가
사는데 정답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좁쌀만 한 방에도 사면에 이름 걸어 광대무변함이 가능했음이 떠올라
갑자기 치민 부아 향할 곳 찾지 못해 허공을 원망하였다.
인상 깊은 부부
그는 좁쌀 한톨의 몸으로 좁쌀 한 톨의 산에 살며 공경과 부귀를 뜬구름같이 하잖게 여긴다. 그의 일속이 보잘것없고 미소해도 그 속에 광대무변한 자족의 세계가 있음을 기렸다. (p.526)
겨자씨 한 알만큼 작아도 그 안에는 광대무변의 세계가 펼쳐진다. 방 안 양편에는 도서와 문집이 늘어서 있고, 그 벽에는 세계지도가 붙어 있다고 했다. 그러니 겨자씨 안에 수미산이 들어 있다고 한 불교의 비유는 그의 집에 걸맞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놀랍게도 황상은 그 코딱지만 한 방 방에 세계지도를 붙여두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산속의 한 칸 집에 불과한 산방에 각 면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내걸었다.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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