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23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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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만년에 곤경을 겪으면서도 여든셋 평생을 한결같이 스승을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는 황상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매 순간 가성비만을 따지며 코앞을 살아가는 저에겐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
시로 읊는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라고 해도 (절대) 안 봤을 텐데 제가 이걸 책으로 읽었다는 게 믿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어느 날이 빠질세라 두툼한 책을 이리저리 안고 다니며 거의 매일 읽고 쓰고를 해냈다는 건 누군가와 함께 했기 때문이지 분명 저의 힘이 아닙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얇은 소설조차 완독이 힘들었던 저에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으로 하는 명상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1~2시간씩 정독하며 단상을 쓰다 보니 흐릿하게 흘러가던 일상들에서 희미하게나마 윤곽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무척 기대됩니다.
이런 좋은 경험의 첫 책으로 평생 공부와 귀한 만남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을 알려주시고 이끌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읽고 나눠주신 분들께도 한 분 한 분께 애정을 듬뿍 담아 감사드립니다.
인상 깊은 부부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자상스런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 한마디에 황상의 삶이 온통 농축되어 있다. 나도 부지런히 해서 이를 얻었다. 너도 그렇게 해야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어김없이 하겠습니다. 그는 스승 앞에서 한 그 약속을 평생을 두고 지켰다. 만년에 겪은 참혹한 곤경도 그의 영혼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초서를 계속하고 시를 짓다가 훌쩍 떠났다. 문집에 실린 마지막 글은 1863년의 것이다.”(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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