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0일차- 고목에 돌아온 봄, 득의의 시간

카민셀 2024. 7. 11. 21:50

읽고 단상쓰기#20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0일차
고목에 돌아온 봄, 득의의 시간
461p~484p

 

 

 

단상쓰기

비슷하거나 나보다 깊은 해안을 가진 분과 독서토론을 하면 시간이 모자를 때가 많다. 이때의 시간이란 것은 2시간이 20분과 같아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시간이란 것이 정확한 측량의 단위가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

추사와 황상의 첫 만남의 시간도 그랬나 보다. 몇 번의 엇갈림 끝에 추사를 드디어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시를 지어내라. 내 아우들 것도 지어내라. 계속 지어내라며 마치 오랫동안 목말랐던 아이가 샘물을 발견한 듯 황상을 보챈다. 이에 황상은 거침없이 그 자리에서 척척 시를 내놓는다. 

내게 시를 보는 눈은 없지만 이 광경 자체에서 황상이라는 인물의 실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느 때고 몇 번이고 가치있게 빛나는 것을 내놓을 수 있는 내공이라니. 또 그것을 정확히 알아봐 주는 사람의 감탄과 인정이라니. 그 과정 속에서 서로가 느꼈을 반가움을 생각해 보면 금보다 귀한것은 시간이라지만 이때의 흐르는 시간 따위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탐나는 장면이었다.

 

 

 

 

인상 깊은 부분

자네가 이미 내 시를 다 읽었네그려. 잠깐 만에 과지초당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았군. 명불허전일세. 명불허전이야.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되겠네. 다시 우리 삼 형제 앞으로 시를 한 수씩 더 적어내게. 그래야 내 손님으로 받아주겠네. 내 예전 자네 집을 찾아갔다가 헛걸음한 품도 있고 하니 말이야. 하하. 황상의 붓은 이제 거침이 없었다.  …중략…
황상은 두 아우를 위해서도 따로 한 수씩 지어 올렸다. 여기에 다시 정학연이 가세하고, 황상이 화답하는 사이에 밤은 어느새 칠흑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이후 황상은 몇 차례 더 과천과 두릉을 오가며 시를 통해 추사와의 교분을  이어나갔다. 한번 만난 두 사람은 대번에 의기가 맞아 만나기만 하면 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p.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