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1일차- 슬픈 해우, 사다리는 치워지고 다리 끊겼네

카민셀 2024. 7. 12. 08:00

읽고 단상쓰기#21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이학래의 정관편

 

 

#21일차
슬픈 해우, 사다리는 치워지고 다리 끊겼네
485p~515p

 

 

 

단상쓰기

시로만 진가를 판단하는 시대에 다른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이학래. 그가 남긴 정관편의 글자체가 누구와 견주어도 반듯하고 꼼꼼하여 안쓰럽다.  

 이학래가 후에 스승인 다산을 떠났다고는 해도 힘든 시절부터 십수 년 다산 아래에서 성실히 수련했고 다산의 업적으로 남은 그 방대하고 까다로운 굵직한 작업들 모두 이학래의 뛰어난 실력과 헌신 없이는 결코 완성할 수 없을 정도라 했다. 이런 학문을 갖춘자에게도 도대체 조선시대에서 시가 의미하는 바가 뭐길래 시가 없다면 끝끝내 과거 급제의 문을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이학래를 스스로 우물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그가 집착한 과거 급제 때문이었다. 그는 아전의 자식이 아니었으므로 뛰어난 학문도 갖췄으니 꿈꿀만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황상은 과거시험을 원하지도 응시도 한 적이 없으므로 만약 과거시험을 봤다면 시를 잘하니 부(賦)가 모자라도 합격이 됐었을까 하는 생각과 과연 황상의 부(賦)에 대한 실력은 어느 정도였는지도 궁금했다. 

 황상의 부(賦) 실력이 궁금한 것은 결국 다산의 작업이 세상에 나오게 만들어준 것은 이학래의 부(賦) 능력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학래가 아닌 황상이 다산을 도왔다면 다산의 작업들의 모양새는 어떻게 됐을까.

조선의 조정과 사대부들이 이때부터라도 부(賦)의 능력을 좀 더 인정하는 사회였다면 한일합병으로 시작되는 굴욕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어떤 애를 쓰고 어떤 쓸모를 남겼든 간에 결국은 스승을 배신한 배신자라며 낙인찍고 스스로 우물에 빠져 죽은 비참한 이학래라고 조롱하는 행렬에 합류하기엔 나 또한 편리대로 필요한 것만 취해가는 기득권이 만든 휘어진 잣대 중 하나가 된 거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인상 깊은 부분

이학래는 다산의 보석처럼 빛나는 제자였다. 그의도움이 없었다면 다산의 그 많은 작업들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다산의 작업 중 규모가 크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에는 예외 없이 이학래의 맵짠 솜씨가 스며 있었다.(p.487)
추사가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이학래를 두고 내 스승이라고 불렀다는 것만 봐도 이학래의 학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다산은 시 제자로 황상을 첫손에 꼽았다. 학문에서는 이학래가 가장 두각을 드러낸 제자였다.(p.488)
이학래가 부(賦)로는 합격점에 들었지만, 시에서 등수에 들지 못해 끝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때도 그의 발목을 붙든 것은 시였다.(p.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