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나의 인생 #1-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카민셀 2024. 8. 19. 08:57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일차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11p~24p

 

 

 

단상 쓰기

어떤 인물을 이야기할 때 그 인물의 부모님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물의 성장과정을 다루다 보면  필수과정인 것을 이제야 인지하는 중이다. 이 책에서도 태어난 곳 자라난 곳 키워주신 부모와 조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어머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수백 년 유대인 가문의 어머니가 자녀의 유대식 교육을 반대하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다. 

 

훗날 아웃사이더가 되어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것은 여러 나라에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이방인 문화권이라는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성향 때문이었을까. 나 역시 살면서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지만 어울리는 것에 대한 난해함으로 약간의 고민이 생긴 터라 나를 덧대어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인상 깊은 부분

어머니의 부계 쪽 조상은 수백 년 전부터 모두 랍비였다.…(중략)….그럼 어머니는 어땠을까? 어머니도 종교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으며 유대문화에도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중략)….어머니가 어린 시절 접했던 유대인의 정신적 세계에 확실하게 등을 돌림으로써 시대에 뒤떨어진 부모님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고 생각한다.(p.14)

 

유대식 교육을 왜 반대했는지 어머니는 내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나를 형이나 누나와 달리 개신교 계통의 독일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셨다.(p.19)

 

어머니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 나는 글을 쓸 줄 몰랐지만 우리 반에서 거기에 신경 쓰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반에서 내가 유일하게 글을 읽을 줄 알고 이따금 수업 시간에 앞뒤 가리지 않고 뽐을 내며 발표까지 한다는 사실이 반 아이들의 시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부터 울타리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이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걸 내가 당시 어찌 알았겠는가. 어떤 학교를 다니든, 어떤 기관에서 근무하든, 나는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