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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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유대인 어머니가 유대식 교육을 벗어나 독일식 교육을 결정한 후 집에서 자녀에게 실행한 일에 주목했다. 매일 30분씩 독일어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 물론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여행기라 평생 여행기를 멀리하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결국엔 문화계의 교황이라는 명성을 얻는 위대한 평론가가 되셨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요새 덥고 지친다는 핑계로 틈만 나면 웹툰을 보려 하는 딸아이에게 30분씩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히겠다고… 분명히 독일 책을 읽는 것이 항상 자발적 인건 아니었다고 필자도 밝혔듯이 어느 정도의 강요는 필요하다고 믿고 싶다. 다만 따귀를 맞은 뒤에도 실력으로 존중을 이끌어 내겠다는 결심을 갖게 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부러운 부분이다.
필자는 눈 깜짝할 새에 행복이 벌어졌다고 했지만 단계의 과정은 분명 존재해 보인다. 강요로 시작했지만 책을 매일 읽었고 실력을 갖추려 결심한 뒤 그것을 성취해 봤고 그런 다음 비로소 처음 맛보는 재미와 행복을 발견하고 있다. 겨우 책의 앞머리부터 필자의 대답이 성급히 궁금하다. 그 후 어떤 과정들이 다가왔는지. 그 뒤로도 내내 극단의 감정으로 행복하셨는지.
인상 깊은 부분
나는 날마다 최소한 30분씩 어머니 앞에서 책을 소리 내 읽어야 했다. 누군가 내게 선물로 준 그 책은 당시 인기 많은 여행기였지만 전혀 재미가 없었다….나는 크게 소리 내 읽었고 은근히 시달렸다. 이윽고 점점 큰 소리로 끙끙대고 투덜거렸다. 어머니는 나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네가 자진해서 독일 책을 즐겨 읽는 날이 올 거야.”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에요!” 알다시피 그건 내 오산이었다. 항상 자발적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독일 책을 읽으며 보냈다. 훗날 몇 권의 흔치 않은 책을 제외하고 내가 여행기에 그다지 끌리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이 리하르트 카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p.27)
나는 따귀를 맞은 뒤 복수를 결심했다. 내가 반 아이들고 하나가 되고 존중을 받으려면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희곡 작품을 읽는 일이 점점 재미있어진 것이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행복했다, 평생 처음 맛보는 행복이었다. 말할 수 없는 극단의 감정이 엄습하여 나를 사로잡았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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