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3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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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책의 초반이니 당연히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작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위대한 비평가의 자서전 앞부분부터 한 꼭지를 따로 빼서 세세히 언급할 정도의 작가라니 대단한 의미가 있겠다 싶어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취향이 없는 나에게 “취향 찾기’에 고민이 생긴 요즘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더구나 이 위대한 비평가가 스스로 밝힌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취향’에 대한 책이라니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에리히 케스트너 박사의 가정용 치유 시집]을 당장 찾아보았다. 국내에 ‘마주 보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었다. 근처 도서관에 딱 두 권이 있었다. 당장 '대출 신청' 버튼을 눌렀다.
대출 신청 버튼을 누르고 난 뒤, 책을 곧 읽어볼 수 있다는 기쁜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갑자기 피곤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 우리의 주인공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40년 동안 8만 권이 넘는 책을 비평했다고 했다. 그러니 이 자서전에서 그 중 1%만 언급해도 800권이다.
이 책이 한 권짜리 책인 줄 알았으나 자칫 최소 수백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마음 가다듬고 각오 단단히 해야 하나 싶다.
인상 깊은 부분
그런데 세월이 내 취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 못했다는 사살이 몇 년 후 바르샤바 게토에서 우연히 밝혀졌다. 나는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아는 사람을 방문했다. 그의 집에 가니 생각지도 않게 독일 책들이 있었다. 그때 작고 얇은 책 한 권이 눈에 확 들어왔다. 1936년에 취리히에서 간행된 [에리히 케스트너 박사의 가정용 치유 시집] 이었다. (P.36)
바르샤바 게토에 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내 마음이 그랬던 데에는 전혀 다른 배경도 한몫했다. [가정용 치유 시집]은 바이마르 공화국 문화의 정신과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히틀러가 등장하기 몇 년 전 나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바이마르공화국 문화에 - 자주 오용되는 말이지만 내 경우엔 딱 어울린다-매혹되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꼈다.(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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