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나의 인생 #4 문자에 대한 경외감

카민셀 2024. 8. 22. 09:06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4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4일차
문자에 대한 경외감
43p~61p

 

 

단상 쓰기

 저자의 젊은 열정은 [돈 카를로스]의 진취적인 문장으로 기억된다면 나의 젊음이 애정을 준 문장은 “진실은 없다. 진실을 향한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이었다. 놀랍도록 어리석고 독단적이었던 스무 살 즈음의 나는 니체의 의도를 정반대로 오해하여 이후의 오랜 시간을 허무주의 안에서 허덕여왔다. 그럼에도 삶의 무의식은 무언가를 찾느라 내내 답답하였는데 최근 몇 년에 이르러서야 서적을 뒤적이며 나름대로 어렴풋이 ‘진실’일지 ‘신’일지 모를 궁금증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지고 맘 편히 놓아버릴 수 있었다. 

누군가가 믿는 진실이야 어찌하였든 간에 저자의 학창 시절 ‘신’에 대한 고민의 출구를 발견했다는 문장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여 반가웠다. 물론 저자의 신에 대한 고민은 유대교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고민으로 보여서 세부 의견도 같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파우스트에 나왔다는 저 구절은 문장의 표현이 너무도 정확하고 간결하여 더 이상 견줄 수 없는 세련미가 느껴졌다.

 

 

 

 

인상깊은 부분

학창 시절 나는 이따금 ‘신’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 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히텐베르크의 경구를 발견하고 나는 무릎을 쳣다. 신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는 말은 사실은 인간이 신을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는 의미라는 짧막한 문장이었다.(p.52)

 

내가 유대교에서 가장 비판하고 싶은 대목은 [파우스트]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로 대변된다.
- 법률과 권리는 계승되지.
- 영원한 질병처럼

-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슬그머니 옮겨간다네.
- 조리는 부조리가 되고 선행은 고통으로 변하지.(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