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6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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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갑자기 유명한 문학 비평가의 자서전을 읽게 됐을 때 두서없이 떠오른 의문 하나가 있었다. 한 평생 영혼을 담아 문학책 읽기를 사랑한 사람이 어째서 직접 쓰는 즐거움인 작가로서의 길은 가지 않은 걸까. 정확히는 경지에 오른 비평가가 작가로서의 삶의 유혹을, 그 동경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마르셀의 매형은 십 대의 이런 마르셀을 일찍부터 꿰뚫어 본듯하다. 허긴 10년 치의 금지된 문학 관련 주간지를 수집하고 소중히 감출 정도라면 문학을 ‘대단히’사랑한 사람이었고 그 역시 현실과 문학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기에 마르셀을 알아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괴리감이 삶의 주요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부분이었지만 스스로가 어릴 적부터 쓰는 재주보다 읽기에 재주가 있었다고 밝혔듯이 어쩌면 쓰기에 대한 강한 동경이 읽고 비평하기에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나저나 파우스트는 도대체 어떤 책인가. 희곡은 너무도 생소하고 게다가 괴테이니 당연히 어렵겠고 제목 외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책인데 이번에 언급된 구절도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우물쭈물하는 내 심장에 빠짐없이 박혀왔다. 아무래도 에리히 케스트너의 '마주 보기' 시집 이후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두 번째로 올려야 할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
삶이 먼저, 철학은 나중에”라는 옛 경구를 몇번이나 들려주었다. 지성이 나머지 다른 것들을 몰아내려는 위험을 내게서 본 것이다….(중략)…
내가 말해주지. 이리저리 궁리만 하는 자는
메마른 들판 위의 동물이야.
귀신에 홀려 제자리를 맴돌 때
주위에는 아름다운 파란 풀밭이 널려 있지.(p.89)
문학 속에서만 사느라 인간사에서 배제되었다는 두려움, 달리 말해 주위에 펼쳐져 있지만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답고 푸른 초원에 대한 동경이 한시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이 두려움, 이 동경이 바로 내 삶의 주요 모티브이다.(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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