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7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7일차
|
단상 쓰기
취향이 없어 고민인 내가 이번 장을 읽으며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여전히 선호하는 취향은 알길 없으나 확실히 덜 선호하는 분야는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는 이유는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런던에서 큰 맘먹고 거금을 주었던 we will rock you를 보다가도 잠들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화려한 무대 앞에서도 잘 수가 있냐는 20년 전 선배의 핀잔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땐 대답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무대와 사람들이 너무 화려해서 잠들었던 거 같다.
반면에 간혹 기회가 닿았던 길고 긴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는 잠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느 좌석에 앉으면 소리의 울림이 어떻게 다르게 들릴지를 궁금해 하면서까지 꼼꼼히 들었다. 확실히 나는 사람들이 무대에서 말하는 연극보단 라이브 카페안의 음악을, 화려한 뮤지컬보단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때문에 이번 장은 읽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쏟아지는 생소한 작가들과 작품들, 배우들, 극장들의 어려운 이름 사이를 헤매느라 갑자기 낯선 시간대에 홀로 떨어져 여기가 어디고 오늘이 몇 년도 며칠이냐고 손짓 발짓으로 물어도 알아듣지 못할 길고 정성스러운 대답을 끝까지 들어야 하는 기분이었다.
이 와중에, 그럼에도 시선이 멈춘 부분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부분이었다. 예술이 남기는 것이 변화임에 이의가 없다. 그러나 사랑과 죽음이 놀랍도록 같은 감정이라니 그게 사랑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읽은 책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주장을 보니 인간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인간만이 느끼는 외로움 때문이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므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나까지 사랑하게 되어야 한다 했다. 그런데 여기에 죽음을 끼워 넣자니 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다.
인상깊은 부분
사랑은 축복이자 저주이고, 은혜인 동시에 재앙이라는 것을. 사랑과 죽음은 하나이며, 우리는 죽을 운명이기에 사랑한다는 깨달음이 벼락처럼 나를 내리쳤다.(p.107)
'읽고 단상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인생 #9 옆방으로 들어가는 문 (0) | 2024.08.29 |
---|---|
나의 인생 #8 행복이 되어준 고통 (0) | 2024.08.28 |
나의 인생 #6 한꺼번에 찾아온 사랑 이야기 (1) | 2024.08.26 |
나의 인생 #5 실패로 끝난 인종학 수업 (1) | 2024.08.23 |
나의 인생 #4 문자에 대한 경외감 (0) | 202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