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1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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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 ‘어톤먼트’의 대사가 떠올랐다. 속죄와 용서를 둘러싼 이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도 2차 세계대전 속에 휘말리는데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라는 결말 부분의 대사는 영화를 본 지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머리와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마르셀이 말한 인생무상을 마딱드려야 사랑 같은 주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은 언제고 내려놓아야 하는 삶이 되면 오히려 좀 더 삶의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불안한 전쟁 속 피난처에서도 무언가 읽을거리를 찾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오솔길을 걸으며 시를 낭송한 것이 아닐까. 나였다면 과연 무얼 하고 있을지 상상이 잘 안되었다.
인상 깊은 부분
그녀는 내가 독일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자기가 다니던 학교에서 독일어 시간에 무척 아름다운 노벨레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단히 섬세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인데 거기에 나오는 시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건
오늘, 오직 오늘뿐
내일. 아, 내일이면
모든 것이 사라지겠지!
18세의 그 소녀는 아주 단순하고 기교 없이 표현된 이 무상함의 모티브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이제 막 무상함을 느낀 사람들이야말로 특히 이 주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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