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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13 고인과 그의 딸

카민셀 2024. 9. 4. 08:19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3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3일차
고인과 그의 딸
170p~179p

 

 

단상 쓰기

헤어진 지 수년이 흘렀어도 마르셀 앞에서 처량한 눈물이 나오는 걸 보니 타티아나에게 마르셀은 사랑이었나 보다. 옛 연인의 냉정한 눈빛 앞에 구슬픈 눈물을 흘리다가도 마르셀의 잘못된 선택을 두고 볼 수 없어 그가 나아갈 길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떠나보내는 마르셀은 그녀에게 영원한 슬픔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의 기쁨은 덧없이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은 영원히 남네.(p.175)

마르셀은 이 시구가 반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에 따라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마르셀은 타티아나와 다시 만났을 때도 토지아만 생각했으니 타니아나와의 한때의 사랑은 기쁨으로 기억될만하겠지. 아니 애초에  마르셀에게 타티아나가 사랑이긴 했던 걸까. 언제는 사랑은 죽음과 같다고 하더니 이제는 손바닥 뒤집듯 영원한 기쁨에 가깝다고 하고 있다. 쌍방이 아닌 사랑은 슬픔이 되는 거 같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좌절하여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는 교훈만 날카롭게 반짝거린다. 

 

 

 

인상 깊은 부분

사랑의 기쁨은 덧없이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은 영원히 남네.
이 시적인 각문이 주장하는 게 사실일까? 사랑이 주는 기쁨은 정말 짧은 순간에 불과하고, 사랑의 슬픔은 평생 동안 지속될까? 혹시 그 반대가 아닐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벌써 거리로 나왔는데 그녀가 나를 불러세웠다. 하지만 그때 주고받은 말은 몇 마디밖에 되지 않았다. 바르샤바에 계속 있을 거니? 네. 정치가 정말 네 천직이라고 생각해? 네. 너 실수하는 거야. 네가 있을 곳은 독일이지 폴란드가 아니야. 그리고 네 천직은 문학이지 정치가 아니야.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저주예요. 남의 말은 그만 인용해. 나는 리자베타 이바노브나가 아니고 너도 토니오 크뢰거가 아니야. 다시 한번 말하는데, 폴란드를 떠나... 나는 그녀의 조언을 따랐다. 그러나 아주 먼 훗날에, 이 대화를 나눈 지 12년 만에.(p.17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