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나의 인생 #25 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카민셀 2024. 10. 25. 08:50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5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5일차
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315p~331p

 

 

 

단상 쓰기

마르셀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유명 작가와의 일화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명은 꽤나 귀에 익숙한데 작가가 하인리히 뵐이고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됐다.

뵐은 전쟁 기간 내내 독일군이었다. 게토에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마르셀은 그럼에도 그와의 얼떨떨한 친분 관계를 꽤나 자세히 말하고 있다. 뵐의 말처럼 이상한 세계에 살았던 그들의 친분이 흥미롭다.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 남을 돕는 일이라는 마르셀의 말에 얼마 전 읽었던 그림동화 ‘프레드릭’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떠오르는 사념은 늘 그렇듯 결론을 얻기가 힘들다. 이런 예술가와 작가들의 작품을 평론하는 평론가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 건가. 전쟁이 끝나니 이야기가 점점 재밌다.

 

 

 

 

인상 깊은 부분

그가 전쟁 기간 내내 평범한 독일 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그들은 말없이 손만 내저었다. 폴란드 작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채 11년도 안 된 지금 독일인을 환영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p.327)

 

뵐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남을 잘 도와주었다. (p.328)

 

뵐은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귀에 대고 딱 한마디, 독일인들이 늘 즐겨 쓰는 말을 속삭였을 뿐이다. ‘엿 먹어라!’ 그리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걸로 끝냅시다.’ 그리고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뵐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가와 평론가 간의 평화, 더 나아가 우정은 평론가가 그 작가의 책을 한 번도 평하지 않아야만, 그리고 작가는 작가대로 그 상황을 영원히 감수해야만 가능하다는 것도 나는 뵐에게서 배웠다.”(p.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