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나의 인생 #26 독일 연구여행

카민셀 2024. 10. 28. 10:05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6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6일차
독일 연구여행
332p~341p

 

 

단상 쓰기

데미안을 ‘끔찍한 소설’이라고 말해준 마르셀이 내심 반가웠다. 학창 시절 의무감에 읽었던 데미안은 왠지 기분 나쁜 이야기로 분류되어 내게는 다시 읽기 싫은 ‘암울하고 이상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학생인 내게는 내용이 난해했던 탓도 있었지만  알을 깨고 나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아브락사스에게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결론은 정체 모를 강한 거부감을 갖게 했었다. 파괴로 이루어낸 새로운 세계가 지속 가능한 유토피아 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워낙 유명한 작가의 독보적인 고전인 탓에 자아실현을 위한 성장소설쯤으로 열심히 암기되어 좋게좋게 기억에 남겨놓으려 애써왔다. 

 

그런데  마르셀은 데미안뿐 아니라 헤르만 헤세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짜증 날 정도로 무기력하게 순진하다는 평을 하고 있다. 교과서적인 유명 작가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평은 처음 듣는 거 같아 신선했다. (사실 문학에 대한 거의 모든 걸 처음 듣는 입장이긴 하다.) 작가의 의도가 얼마나 옳았든 간에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방향에 좋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면 그 작가의 의도는 결국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작가 본인의 의도를 본인이 잘 모르거나 스스로가 스스로의 의도를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인상 깊은 부분

내가 악마에게 홀려 헤세는 정치적인 문제에서 가끔 짜증이 날 정도로, 정말 무기력하게 순진하다는 말을 할 때까지는. 그가 쓴 정말 끔찍한 소설 [데미안]은 아직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당, 약칭 나치당이 전재하지 않던 1919년에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의 사상으로 이해하거나 오해할 만한 중요한 모티브를 담고 있다고 나는 말했다.(p.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