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5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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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이사 후에도 깊어져 만 가는 엠마의 권태와는 대조적으로 샤를은 새로 문을 연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아 돈 문제로 초조해진다. 게다가 아내 배속에 소중한 아이가 생겨 즐거운 걱정을 하느라 일상은 더욱 분주해졌다. 만약 엠마에게도 생계에 대한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병으로 발전할 만큼의 지루함이 일상 속 곳곳에서 싹을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싶다. 자신의 배속에 아이를 품고도 모든 게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감정이라니, 태어날 아이의 물건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귀찮아하는 엠마의 행동을 보면서 샤를이 안돼 보이기 시작했다.
엠마처럼 샤를도 먹고사는 문제 같은 건 걱정 없는 환경이나 성격이었다면 그도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더욱 삶을 사랑했을까. 그런데 이 소설은 이야기가 어디쯤 온 것일까. 길고 긴 묘사 글에도 머리에 도통 그려지지 않던 용빌 라베이에 대한 설명처럼 인물들이나 상황들에 대한 방향이나 시점이 어디쯤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지루한 나머지 소설을 읽는 시간마다 나도 엠마처럼 되어가는 거 같다.
인상깊은 부분
그러나 돈 문제가 걱정이 되었다. 토스트의 집 수리며, 아내의 옷값이며 이사 비용으로 뭉텅 지출을 했기 때문에 3천 에퀴가 넘는 아내의 지참금은 2년 동안에 모조리 없어져버렸다. 게다가 토스트에서 용빌로 운반하는 도중에 물건이 얼마나 상하고 없어졌는지 모른다. 신부의 석고상만 하더라도 캥캥프와의 보도 위에서 짐차가 몹시 흔들리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걱정거리가 생겨 그의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아내가 임신을 한 것이다. 해산달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더욱더 아내를 소중히 했다.
(2부 3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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