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3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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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엠마의 지독한 권태에 빠져 몸부림치는 결혼생활을 읽다가 문득 날짜를 세어보니 나는 17년째 결혼생활 중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신혼의 꿈에서 깨어나 한숨이 나오기 시작한 게 결혼 몇 년 차부터 였더라…
20대부터 서로 소 닭 보듯이 무리와 함께 알고 지냈고 그렇게 7년이 지난 어느 날 각자의 취향과 생활습관은 좀 달라도 의견 일치와 삶을 통해 바라보는 방향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해 결혼했다. ‘우리는 잘 일치한다’는 그 착각은 정확히 3년 정도 지속됐고 그 뒤로 홀수 년도 마다 작고 큰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 물어보면 남편은 그런 나의 감정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그러는 동안 남편에게 직접 말을 해서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 엠마와 비슷한 감정 상태였던 것 같다. 소설 속 샤를의 둔한 성격과 행동이 어찌나 내 남편과 비슷한 점이 많은지 놀라고 있는 중이다.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 화내는 방법이 달랐다. 나는 매번 정확히 화를 냈고 남편은 화를 내야 할 때는 침묵했고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아도 될 때에(나의 판단엔 그랬다) 약간 예민한 표정 정도였다가 이내 평화를 유지했다. 각자의 일이라면 상관이 없는데 이권이 얽혀있는 부부 공동의 일일 때조차도 매번 나 혼자서 불을 뿜었고 그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17년 차인 남편은 여전히 한치의 변함이 없다. 화내는 법을 가르쳐도 봤지만 남편에게는 이것이 배워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받아들였다고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나와 함께 불같이 화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 심장이 좀 덜 괴로워했을 테고 더불어 나도 약간의 평화를 누릴 텐데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인상깊은 부분
최근 진찰에 입회한 이브토의 한 의사가 병자의 베갯머리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약간 모욕을 준 일이 있다. 그날 밤 샤를한테서 이 말을 들은 엠마는 분개해 그 의사한테 막 욕을 퍼부었다. 그것을 보고 샤를은 기뻐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내 이마에 키스했다. 그러나 엠마는 받은 모욕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다. 남편을 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복도로 나가 창문을 열고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정말 할 수 없는 사람이야! 정말 할 수 없는 사람!”
(1부 9장 중 - 밀리의 서제.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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