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3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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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엠마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지. 거짓과 타락으로 얼룩져 재산과 영혼의 탕진으로 치닫고 있는 엠마의 어리석은 사랑놀이를 보고 있자니 루돌프는 엠마에게 엠마는 레옹에게 마치 먹이 사슬에서의 포식자와 피식자로 연결되는 관계로 보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샤를은 레옹보다도 한참 낮은 피식자다. 단세포라 할지라도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생존은 본능이다. 위험신호가 충분히 감지되는 순간에도 샤를의 위험 감지 센서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센서 고장으로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샤를과 마음 놓고 타락하는 엠마. 이 두 사람의 어리석음에 필연으로 이어질 예상되는 파국들. 특히 엠마의 타락은 어리석음이 지나치면 악과 가까워진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이게 다 욕망 때문인가. 욕망 없는 샤를은 엠마 때문에 억울해지는 게 맞는걸까.
이쯤 되니 쾌락과 욕망을 가장 현명하게 잘 다룬 사람은 사랑과 진실 같은 감정을 노련하게 잘 피해 다니는 루돌프가 돼버린다. 그런데 그의 현명함이 전혀 부럽지 않은 건 무슨 이유인가. 삶은 늘 마지막에 답이 없다.
인상깊은 부분
엠마의 생에 일어난 어떠한 반동이 그녀를 인생의 향락으로 한층 몰아대고 있는 건지 레옹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 예민해지고 먹고 싶어 하고 음탕해졌다. 그리고 한길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녀의 말대로 두려울 것 없이 레옹과 함께 활개치며 걸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녀는 가끔, 혹시 이러다 로돌프와 마주치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몸을 떨곤 했다. 로돌프와 영원히 헤어지긴 했지만 그 남자의 그림자가 아직 그녀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중략)
허영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엠마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였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생각에 반대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어떠한 취미도 다 받아들였다. 그녀가 레옹의 정부라기보다는 차라리 레옹이 엠마의 정부라는 편이 더 적당했다. 엠마는 상냥한 말과 그의 혼을 빼앗는 키스를 지니고 있었다. 너무나 깊이 감추어져 있어 거의 정신적이라고 해도 좋을 이런 기교를 엠마는 도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3부 5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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