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1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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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이전 안짱다리 수술 때도 그랬고 약사가 보바리 부부에게 무언가 권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이번 보바리 부부의 오페라 관람도 약사가 권한 것이다. 거기서 보바리 부인과 레옹이 재회하고 만다. 약사 같은 인 간유형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크고 작은 파멸로 안내당하고 마는 것 같다.
루돌프의 사랑의 만행에서 이제 겨우 회복된 엠마는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엠마가 사랑에 빠지고 상처 입는 방어력은 제로에 가깝다. 죽음을 직면하는 아픔을 겪고도 속절없이 또 사랑에 빠지다니… 이제부터는 샤를 탓도 아니다. 그녀도 갈 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거절의 편지를 썼을 텐데 내밀던 편지를 스스로 거두며 “아, 역시 안돼요!” 하며 재빨리 손을 뺀다. 뭐가 안 된다는 건가. 사랑에 빠지는 것? 거절의 편지를 건네는 것?
마차 앞에서 주저하는 엠마에게 파리에서는 얼마든지 있는 일이란 레옹의 말에 엠마를 간신히 지탱하던 아킬레스건이 단번에 끊어진다. 엠마의 욕망으로 얼룩진 허영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굴곡을 만들고 있다.
성당지기가 북쪽 문을 안내하며 이들에게 외쳤던 ‘부활, 최후의 심판, 낙원, 다윗 왕, 불타는 지옥에 떨어진 악인들’을 차례로 듣고 있자니 앞으로 엠마에게 벌어질 일들의 경고를 담은 예고편인 것 같아 섬뜩하였다.
인상깊은 부분
“마차를 한 대만 불러줘!”
아이는 카트르 방 거리로 총알처럼 뛰어갔다. 그래서 그들은 한참 동안 마주 서서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한 기분이 되었다.
“아아! 레옹 씨…… 정말 전…… 어떻게 하면 좋죠!”
그녀는 억지로 웃었다. 그러나 곧 심각한 얼굴로 덧붙였다.
“정말 그러면 안 돼요, 네?”
“뭘 말씀입니까? 이런 일은 파리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거역할 수 없는 논거이기나 하듯 그녀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마차는 오지 않았다. 레옹은 그녀가 다시 성당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마침내 마차가 나타났다. 성당 입구에 서 있던 성당지기가 다시 불렀다.
“그러면 차라리 북쪽 문으로 나가셔서 〈부활〉이나 〈최후의 심판〉이나 〈낙원〉 〈다윗 왕〉, 불타는 지옥에 떨어진 〈악인들〉이라도 보시고 가시지 그러세요.”
(3부 1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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