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보바리 부인#14일차-3부 6장

카민셀 2024. 11. 13. 17:29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4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4일차
3부 
6장

 

 

단상쓰기

정말 우연히도 ‘보바리 부인’의 엠마와 파리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라스티냐크의 ‘고리오 영감’을 동시에 읽고 있다.  

두 소설 모두 시대적 배경이 1800년대 초 중반인데 내가 익히 들어왔던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별명도 같은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니었나? 소설을 보니 낭만은커녕 저런 상태로는 사회가 곧 무너질 거 같다는 생각에  프랑스 혁명의 연대를 뒤져보니 역시나  1789년에 시작해 1870년대까지 크고 작은 혁명이 마무리되고 이후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낭만의 시대로 본다는 걸 알아냈다.

그러니까 소설 속 프랑스의 시간대는 왕정시대의 산물인 사교계 화려한 사치와 계급 과시의 찌꺼기가 쌓이다가 극렬로 치달아  무너지기 직전의 시간대라는 것. 저런 껍데기 영혼들의 불안한 사회풍토 속에서 과연 엠마와 같은 나약하고 어리석은 개인이 인간 존재와 행복의 가치판단을 스스로 찾아낸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 저런 사회이니 개인의 파멸이 모여 결국 사회도 무너진 게지. 

여기까지 끌끌대며 생각하다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뿔싸! 내가 사는 시대와 엠마가 사는 시대가 뭐가 다르지? 아직도 사치와 쾌락과 물질 계급주의의 시대임을 떠올린다. 아.. 이러다 또 한번 사회가 망하게 되는 걸까. 과연 인간과 사회가 그동안 발전을 해오고 있긴 했던 건가.

 

 

 

 

인상깊은 부분

그러나 뭐라 해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인생에 대한 이 불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의지했던 모든 것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건 왜일까? 하지만 만일 어딘가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면, 열정적이고 품위 있는 성격! 천사와 같은 시인의 마음, 하늘의 마음, 하늘을 향해 애조 띤 축혼가를 부르는 청동 하프 같은 마음, 이런 것들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왜 만나지 못했겠는가? 아! 다 틀렸다!
(중략)

엠마는 간통 속에서도 결혼 생활의 모든 평범한 면을 발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와 헤어질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이처럼 저속한 행복에 굴욕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었고 또한 오랜 습관에서 혹은 타락에서 그것에 집착했다. 지나치게 큰 행복을 바라다 행복의 샘을 모두 말려버리고 날이 갈수록 더욱 열을 냈다. 

 

(3부 6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