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보바리 부인#12일차-3부 2,3,4장

카민셀 2024. 11. 11. 18:36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2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2일차
3부 
2, 3, 4장

 

 

 

단상쓰기

인간성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만을 바라봐 준다면 남편의 자격으로 크게 상관없다는 여자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본인에게 충실한 사람보다 인간으로서 멋있는 사람을 원했나 보다. 엠마는 본인의 실수로 다리를 잘라내고 힘들게 살아가는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남편을 보며 인색하고 궁상스럽고 무능하다며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런 엠마의 감정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만약 샤를이 엠마에게 충실하지 않고 건달에 가까운 난봉꾼이었다면 샤를을 향한 엠마의 감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도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아내의 정부가 준 꽃다발의 냄새나 기분 좋게 맡으며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샤를의 행동을 보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는 엠마의 지난 절규에 동의하게 된다.

샤를은 도대체 어떤 유형의 인간인 건지. 성격형성의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이야기 후반부가 치닫도록 샤를의 인간 유형에 대한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그러다 문득 소설 도입부의 샤를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약간의 힌트라도 알 수 있을까 하여 빠르게 구석구석을 떠올려보지만 이렇다 할 특이점도 잡히질 않는다. 겉보기에 잘못하는 거 하나 없는 샤를이 것만 내가 봐도 샤를은 참 이상하게 짜증 나는 사람이다.

 

 

인상깊은 부분

그녀에게는 샤를이 인색하고 궁상스럽고 나약하고 무능한, 다시 말해서 어느 모로 보나 취할 점이 없는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사내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밤은 이렇게도 지루할까! 마치 아편 연기와도 같은 마취성의 그 무엇이 엠마의 마음을 서서히 마취시켰다.
그때 문득 막대로 마루를 쾅쾅 울리는 듯한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이폴리트가 엠마의 짐을 날라온 것이다. 그는 그것들을 내려놓느라고 의족으로 4분의 1쯤 되는 원을 그리고 있었다.

‘남편은 벌써 이 남자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나 봐!’ 
엠마는 빨간 머리를 아무렇게나 흐트러뜨리고 땀을 흘리는 가엾은 사내를 보면서 생각했다.

보바리는 지갑 속에서 잔돈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을 비웃는 듯이 이 남자가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얼마나 굴욕인지 샤를은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아아! 아주 예쁜 꽃다발이 있군!” 
난로 위에 놓인 레옹이 준 오랑캐꽃을 보고 샤를이 말했다.

“네, 아까 산 거예요……. 여자 거지한테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샤를은 오랑캐꽃을 손에 들고, 울어 빨개진 눈을 그것에다 식히며 기분 좋게 꽃 냄새를 맡았다. 엠마는 얼른 그것을 그의 손에서 빼앗아 컵에 꽂으려고 가지고 갔다.

(3부 2,3,4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