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6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6일차
|
단상쓰기
절망과 함께 온 사랑의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 망설임 없는 죽음으로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엠마를 지켜보면서 가망 없는 절망 속에서도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거라는 어느 가난한 식자공의 말이 생각났다.(게토에서 탈출한 마르셀을 숨겨준 식자공이 했던 말이다.)
사랑이 없다면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순순히 빼내버리는 엠마의 유약함에서 내 삶에 가해질지도 모르는 위협을 느낀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일은 자신이 번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신을 죽이는 일에 타인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의 목숨은 나를 위해서라도 쉽게 버리진 말아달라는 말하자면 당신의 목숨은 당신만의 것이 아닌 당신을 아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이유랄까.
엠마는 쉽고 간단한 죽음을 원했지만 죽음의 과정은 처참했다. 예상치 못한 끔찍한 고통 앞에서 살려달라 다시 삶을 원하기도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게 죽어버린 엠마에게 덮어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 수가 없다. 저승에 가버린 엠마의 영혼이라도 엠마를 아는 모든 이에게 용서를 빌게 되기를 바란다.
인상깊은 부분
아버지의 모습, 뤼르의 가게,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방, 그밖의 다른 경치가 보였다. 이대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무서워져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분명한 의식은 아니었다. 엠마 자신을 이처럼 비참한 상태로 만든 그 원인 즉 돈에 대한 문제를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이다. 사랑의 상처만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마치 빈사 상태의 중상자가 피가 흐르는 상처를 보면서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느끼는 것과 같이, 자신의 영혼이 이 사랑의 추억을 통하여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중략)
“어찌 된 일이오? ……왜 그랬소? 까닭을 좀 말해보구려…….”
엠마는 책상 앞에 앉아서 편지를 써서 천천히 봉하고 날짜와 시간을 덧붙여 써넣었다. 그리고 엄숙한 어조로 분명하게 말했다.
“내일 이것을 읽어주세요. 그때까지는 제발 아무 말도 더 묻지 말아 주세요! ……정말 한마디도!”
“하지만…… 여보.”
“아아…… 저리 가주세요. 자야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침대에 길게 드러누웠다.
(중략)
‘아아! 죽음이란 건 대수로운 게 아니로군. 나는 이제 곧 잠들어버릴 거다. 그것으로 끝나는 거다.’
(3부 8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읽고 단상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바리 부인#18일차-3부 11장 (1) | 2024.11.17 |
---|---|
보바리 부인#17일차-3부 9, 10장 (2) | 2024.11.16 |
보바리 부인#15일차-3부 7장 (0) | 2024.11.14 |
보바리 부인#14일차-3부 6장 (2) | 2024.11.13 |
보바리 부인#13일차-3부 5장 (3) | 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