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8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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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엠마는 인생의 행복, 열정, 도취를 탐구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욕망을 향해 뒤를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질주하다가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 비극을 초래하더니 스스로 인생을 마감했다. 샤를은 엠마와 같은 갈망이 없는 상태로 만족하며 살다가 견딜 수 없는 진실의 고통을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운명 탓을 하며 마지막 원망조차 삼킨 채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듯했다.
그러나 샤를은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르게 그의 영혼은 그런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샤를이 자신의 영혼에게 반드시 해야 했던 질문들은 전달되지 않았고 전달되지 않은 질문과는 상관없이 차곡히 누적된 답변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비참한 파국으로 샤를 앞에 배달되어 쏟아졌다. 마치 어마어마한 과부하로 인한 복구할 수 없는 영구 손상된 시스템 다운 현상처럼 그의 삶은 갑자기 그대로 정지돼 버렸다.
욕망을 맹목적으로 열렬히 탐하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갈망이나 질문 없이 만족하며 살았던 사람의 결말이 같은것을 보면서 내 인생을 거울에 비춰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삶의 양면성 앞에서 여전히 서성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샤를은 인생의 질문들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걸까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오해를 했던 걸까. 여기서 내가 오해라고 굳이 표현한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 앞에 과부하로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영혼이 몸과 함께 생명을 유지하려면 행복, 열정, 도취를 향하는 욕망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단지 자신이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대가는 그와 엠마뿐 아니라 아무 잘못 없이 하층민으로 전략한 가여운 그들의 어린 딸이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돼버렸다.
만약 엠마냐 샤를이냐의 선택지라면 어쩔 수 없이 엠마를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인가. 읽는 중간마다 비난했던 그녀의 어리석음을 책의 마지막 장을 모두 덮은 지금은 결코 그녀를 비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짜 약사 오메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에게는 사람들의 욕망을 미끼 삼아 돈놀이하는 뢰뢰보다 진실을 교묘히 왜곡하고 주변과 사회를 조작하여 결국 모두를 좀먹는 악질성 이기적 욕망의 암덩어리 오메같은 인간이 몇 배는 더 피곤하다. 살면서 오메와 같은 인간 유형이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소설처럼 내 세상도 이미 그들이 꽤 많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은 부분
베르트는 아버지가 장난을 치고 있는 줄 알고 아빠를 가만히 밀었다.아버지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 있었다.
서른여섯 시간 뒤에 약제사의 부탁을 받고 카니베 씨가 달려왔다.그는 샤를을 해부해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살림살이 일체를 파니 12프랑 75상팀이 남았다. 그것은 어린 보바리 양이 할머니에게로 가는 여비로 쓰였다. 노부인도 같은 해에 죽었다. 루올 노인은 중풍에 걸렸기 때문에 어린 보바리 양은 고모가 데려갔다. 그 고모는 가난하여 생활비를 받기 위해 베르트를 어떤 방직 공장에 보내서 일을 시켰다. 보바리가 죽은 후 세 사람의 의사가 연달아 용빌에서 개업했는데, 오메 씨에게 곧 심하게 당하곤 해서 세 사람 다 성공하지 못했다. 오메는 엄청나게 많은 단골 손님을 만들었다. 당국에서도 이 사나이를 좋게 보았고 사회 여론도 그를 옹호해주었다.
그는 최근 레지옹도뇌르 명예훈장을 받았다.
(3부 11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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