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8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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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하필 비가 내려 진창 길을 뚫고 오는 바람에 안 그래도 옹색했을 아들의 몰골을 아예 처참하게 만들어버려 안타까웠다. 그렇게 힘겹게 찾아온 아들을 알아본 다산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시를 보니 서글프다 못해서 처절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부러운 장면이 있었다. 부자의 몇 년 만의 상봉은 서글펐으나 아들의 공부를 손수 가르치겠다 명하고 아들과 아버지가 올라간 보은산방의 시간은 더없이 값져 보인다.
다신은 아들에게 “다시는 갖지 못할 시간일 것이니라. 간절하게 공부해야 한다.”라며 아들을 가르친다. 정말 그렇다. 쉽게 갖지 못할 시간이다. 그렇게 탄생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오간 문답을 일일이 글로 적어 [승암예문] 이란 제목으로 기록이 남았다. 기록을 중시했다는 다산의 가르침은 옳다. 몇백 년의 후의 나도 이렇게 이들의 기록을 읽으며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인상 깊은 부분
『숭암예문』에는 모두 여든여섯 개의 질문과 대답이 실려 있다. 다산은 무슨 공부를 하든,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게 했다. 공부는 기록을 통해서만 누적되어 이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도 그렇게 했고, 제자와 자식 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했다. (p.185)
부자간에 오간 이런 질문과 대답들이 하나하나 속기록으로 남았다. 꼼꼼한 기록 정신의 산물이다. 훗날 보면 자식은 기록할 당시 자신의 학문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그 또래에서 가질 법한 의문들이, 답변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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