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10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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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이번 회차는 눈길이 멈추는 곳이 많았다. 닭을 치겠다는 둘째 아들의 소식에 다산이 당부한 끝장을 본다는 격물치지 공부법으로 시작해 변상벽의 그림까지 아우르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돋보였고 특히 오래 멈추어 감동으로 남은 부분은 정약전이 다산에게 보냈고 황상이 온 마음을 담아 보관하여 지금까지 전해진 정약전 편지의 일화이다.
사람은 사람을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사람은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향해 신의와 의리를 바친다는 말에 동감한다. 정약전의 편지글은 황상에게 이 같은 작용을 하고도 남았으리라.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그 편지글은 황상의 삶을 움직이는 귀한 동력이 되었고 그 귀한 기운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은 정약전의 편지가 되어 후대에게도 내내 귀감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
그 외 잡담 같아 쓸까 말까 떠다니는 생각을 한자 더 적어보자면…
다산의 형님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고생하며 육고기를 먹지 못해 몸이 상해 가는 것을 염려하여 개 사냥 법과 요리법을 적어 보낸 다산의 세밀하면서도 절박함이 담긴 편지를 읽다가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때 거짓으로라도 신념을 버리지 못한 천주교인들은 결국 산속 사찰로 피신해 들어왔고 스님들은 위기에 처한 그들을 숨기며 도피를 도왔다고 들었다. 그러나 다급하게 이어간 오랜 도피생활로 인해 육고기의 확보가 생존을 위한 중요한 해결 문제로 떠오르자 안 그래도 의심에 가득 찬 엄중한 감시를 받던 사찰에서는 참혹한 심정으로 기르던 개를 풀어 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절에서는 살생을 금할뿐더러 더구나 개는 사람 영혼의 친구로 여길 만큼 귀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중생이 죽고 사는 문제 앞에 끝까지 살려야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내린 결정이겠다 싶어 오래전 들은 이야기임에도 잊히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절박한 환경에서 나온 사찰의 결정도 혹시 다산의 개고기 조리법이 담긴 편지에 남은 기록에서 떠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과거 이 땅에 끊임없이 일어났던 침략과 피박 등으로 피폐했을 삶 속에 개는 비상시에는 이동과 보관이 용이한 비상식량이었다는 잔인한 사실과 함께 삶이 주는 절박한 상황도 함께 그려져 살다가 결론 없이 뒤엉킨 현실들까지 두서없이 마구 떠오르는 지경이 되어 씁쓸하였다.
인상 깊은 부분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의 과정과 일치시켜라. 세상 모든 일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p.223)
무릇 독서는 뜻 ㅗ르는 글자를 만날 때마다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근원이 되는 뿌리를 얻4어야 한다. 인하여 차례를 갖추어 글로 짓는 것을 날마다 일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한 종류의 책을 읽어 곁으로 백 종류의 책을 살피는 것을 아울러 얻게 될 것이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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