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6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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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다산이 채소 가꾸기를 그토록 바랐다는 부분을 읽다가 채소 기르기의 달인이신 친정엄마를 떠올렸다. 동시에 베란다에 심어진 몇 포기 상추와 토마토에게 아침마다 인사하며 살피는 딸을 떠올렸다. 한 세대를 건너뛴 이 여인들의 채소 기르기 애정은 남다르다. 채소뿐 아니라 식물도감 수준인 친정엄마와 유년기에 사과를 먹다가 몰래 화분에 사과씨를 심어 싹을 틔운 경력을 가진 딸아이는 식물을 키우고 살피는데 내가 이해 못 할 애정이 있다.
다산도 이 마음으로 세밀한 바램이 담긴 시를 8수나 지으셨구나 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한 그 바램이 안쓰러웠다. 시를 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채소밭과 화초 사이를 오가며 분주하실 엄마와 아침저녁으로 베란다를 살피는 딸을 떠올리다가 문득 조금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세심한 의식화를 더하고 다시 빼내는 작업이 시를 짓는 일이겠구나 싶다.
인상 깊은 부분
나는 평소 채마밭 가꾸기를 좋아했다. 귀양 온 이후 더욱 할 일이 없어 오래도록 마음속으로 바람을 지녀왔다. 하지만 땅이 좁고 힘이 달려 여태껏 착수하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으로 잊은 적은 없었다. 이웃에 작은 채마밭을 가꾸는 이가 있었다. 이따금 가서 살펴보노라면 마음이 다시 편안해지곤 했다. 내 성품의 기호를 알 만하다.(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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