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논제 만들기

독서토론논제#고래-천명관

카민셀 2024. 11. 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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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 >  독서토론 논제
(천명관, 문학동네, 2004)

 
고래

 

■ 자유 논제

 

1. 장편소설 『고래』는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 판으로 선보인 책입니다, “한 번도 이렇게 전개되는 플롯을 읽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극찬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천명관의 『고래』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수많은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을 주고 소감을 나눠봅시다.

 

별점(1~5점)
읽은 소감 근대소설로 알고 읽었다가 현대에 출간된 소설임을 알고 놀랐습니다. 이 소설이 가진 시대적 배경 때문만이 결코 아닙니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볼 수 있는 태생적 애련함과 음습함이 일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의 서사성이 주는 리얼함을 인정합니다. 동시에 환상성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까지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읽는 동안의 흡입력과는 대조적으로 완독 후의 잔상은 더 이상의 깊이를 남기지 못하고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다소 쉽게 흩어져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노파와 금복과 춘희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삶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운명 속 개인의 삶을 보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또 다른 소설의 인물이 겹쳐지기도 했는데  이 소설 속의 ’칼자국’과 《파친코》의 ‘한수’가 가진 인물의 공통점 때문이었습니다. 둘 다 가난과 불행을 이겨내고 강한 의지로 성공했다는 것과 순애보적인 사랑을 원했으나 끝내 함께하지 못했고, 칼자국은 ‘죽임’을 한수는 ‘자살’로 둘 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비극적 삶으로 이어진 한국 근대사의 운명을 보는듯합니다.

 작가가 생각한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이 '벽돌의 여왕'이었다는 걸 '고래'와 견주어 떠올려 봅니다. 비극적 운명과 삶 일지라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걸, 커다란 고래처럼 꿈꾸며 나아가고, 아무도 모르게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으며 이어나가도 누군가 기억하면 존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마음속에 빛으로 새겨봅니다.

 

 

 

2. 소설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 주세요.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죽음이란 건 별 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p.10)

이십 년이 넘게 그녀는 한결같이 돈을 모으는 데 자신의 모든 공력을 바쳤다. 사람들은 노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식이 있는 것도 아 니고 서방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돈을 모아서 뭐에 쓰려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였다. 거기에 대해 노파는 단지, 세상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 라고만 대답했다.(p.38)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p.188쪽)

 "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상실한 셈이었다"(p.264쪽) 

그 날 이후, 소녀를 지배한 건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인생의 절대 목표는 바로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였다. 그녀가 좁은 산골 마을을 떠난 것도, 부둣가 도시를 떠나 낙엽처럼 전국을 유랑했던 것도, 마침내 고래를 닮은 거대한 극장을 지은 것도, 모두가 어릴 때 겪은 엄마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 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p.271)

작고 누추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p.272)

마침내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자들의 모습이 스크린 위에 겹쳐져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본능처럼 문득 자신의 딸, 춘희의 얼굴이 떠올랐다….(중략)…자신이 한 번도 제대로 보듬어 주지 않았던 딸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모든 게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p.383)

"점보는 계속 날아갔다.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곧 안드로메다 성운 근처 어디쯤을 날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치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략)....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p.532)

 

 

 

3. 어느 날 춘희와 함께 벽돌 공장을 나와 금복을 만나게 된 文이 춘희를 가리켜 금복의 딸이라고 하자 “당신, 눈이 멀더니 이젠 미치기까지 했군요. 저렇게 뚱뚱한 애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니…”라며 외면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애첩인 수련에겐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야. 전쟁통에 부모 없이 떠도는 걸 내가 데려다 키웠지.”라며 거짓말을 합니다.”(p.356) 그러나 훗날 죽음을 앞둔 금복은 마지막 순간에 춘희를 떠올리며 “자신이 한 번도 제대로 보듬어주지 않았던 딸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회한이 밀려왔다.”(p.383)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지막 순간엔 본능처럼 딸의 얼굴을 떠올렸던 금복이 살아생전 엔 철저하게 자신의 딸을 외면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금복은 왜 그토록 철저하게 춘희를 외면했을까? 단지 그녀가 걱정의 씨이기 때문에? 아니면, 춘희가 여느 계집아이처럼 귀염성이 없어서? 그도 아니면, 자신을 매어둔 과거로부터 달아나고 싶어서?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해, 남자가 된 시점에서 어찌할 수 없이 그 자체가 오류이며 모순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으로서의 지난 삶? 그 삶의 유일한 흔적을 자신의 인생에 지우고 싶어서? 위에 나열한 이유들이 모두 틀릴 수도, 혹은 다 맞을 수도 있다. (p.358)
 마침내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자들의 모습이 스크린 위에 겹쳐져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본능처럼 문득 자신의 딸, 춘희의 얼굴이 떠올랐다….(중략)…자신이 한 번도 제대로 보듬어주지 않았던 딸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모든 게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p.383)

 



■ 선택 논제

1. 춘희는 죽어서 박제가 된 코끼리에게 “그런데 너는 왜 사라지지 않는 거지? 언젠가 말했잖아 죽는 건 영원히 사라지는 거라고.”(p.316)라는 대화를 합니다. 세월이 흘러 춘희는 홀로 긴 세월을 벽돌을 굽다가 벽돌 가마 옆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그때  죽어가는 춘희 앞에 다시 나타난 점보는 “죽음이란 영원히 사라지는 거”라고 하면서도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p.533)라며 춘희의 두려움을 안심시킵니다. 여러분의 "기억한다면 존재한다"는 코끼리 점보의 말에 공감하십니까?

 

점보는 계속 날아갔다.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곧 안드로메다 성운 근처 어디쯤을 날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치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순간, 춘희와 점보의 몸은 투명해지는 동시에 빛이 떨어져 나가듯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서 설탕이 녹는 것과 같았다. 춘희가 놀라 물었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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