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1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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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나에게 '다산 정약용’은 입시를 위해 배운 것이 전부이다. 조선 정조대왕 때의 위대한 실학자이자 철학가로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같은 과학 기구를 제작하신 분 정도라는 것. 한 마디로 독서모임에서 지정된 도서가 아니었다면 나의 평소 좁은 식견과 성향상 절대 스스로 발견해 내지 못할 책이다.
‘책은 읽다가 스스로 멈춰지는 곳을 찾기 위해 읽는 것이다’라는 어떤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이 책을 20쪽 남짓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멈췄다. ‘요새 사람들은 아무도 스승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다.’는 부분에서는 두 번의 전학으로 적응만이 목표였던 나의 초등 시절부터 취업문을 뚫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20대의 시절까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적어도 그 시기까지는 ‘선생’이 아닌 내가 따르고 싶은 ‘스승’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나 점점 ‘사람’보다는 ‘일’에 집중하면서 스승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찾는 방법도 바쁜 일상 안에 가둬두고 체념시키며 어느새 목표를 잃은 중년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발뒤꿈치를 밟힌 것처럼 흠칫 놀랐다. 동시에 초등학생인 내 아이가 떠올랐다. 이 시대에서는 어디서 평생의 스승을 찾아야 하는 걸까. 나도 내 아이도.
황상은 15세 때 스승인 정약용과 처음 만난 후 죽을 때까지 한결같이 스승을 따랐다고 한다. 이 같은 만남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나도 귀한 거 같다. 스승을 만난 나이가 15세 때 라는 것이 참으로 부럽고 스승과 제자가 되어 평생을 서로에게 거울삼아 함께 삶을 정진했을 그 시간들과 기억들이 탐난다. 이제라도 이 책을 통해 그 귀한 만남의 시간들을 엿보며 두 분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감사할 따름이다.
인상 깊은 부분
"열다섯에 스승과 처음 만난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승을 모셨다. 잠시의 흔들림도 없었다. 다산의 입장에서 황상 같은 제자는 참 성가신 존재였지 싶다. 무슨 말만 하면 그대로 따랐다. 평생을 지켰다. 바꾸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스승인들 지나가는 한마디라도 허투루 할 수 있었겠는가?"(p.014)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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