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3일차-사의재와 읍중 제자, 문심 혜두를 어찌 열까

카민셀 2024. 6. 11. 23:10
읽고 단상쓰기#3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3일차
사의재와 읍중 제자, 문심 혜두를 어찌 열까
43p~68p

 

단상쓰기

요즘 사회문제의 근간에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지 않는 사회’가 원인 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 없이 편리대로 비슷하면 갖다 붙여 별 뜻 없이 쓰다 보니 뜻이 와전되고 재생산되어 야기되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평소 단어를 선택해야 할 때나 혹은 타인에 의해 정의된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익숙한 단어라도 그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거나 난해할 땐 애써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딸아이의 뜬금없는 어휘 관련 질문이 늘어나서도 있지만 평소 문자에 담긴 본래 뜻이 상황과 방향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있다고 믿어서다. 그런 면에서 다산이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으로 문심혜두(文心慧竇)라 명명하고 사의재라 자신의 다짐을 담은 집에 이름을 짓고 학문에 대한 뜻을 정의 내리는 부분은 한 글자 한 글자가 가르침으로 마음에 닿는 부분이었다.

 

 

 

인상깊은 부분

다산은 어린이 학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통해 문심혜두(文心慧竇)를 여는 일이라고 보았다. 다산은 여러 글에서 되풀이해 문심혜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심’은 글자 속에 깃든 뜻과 정신이고, ‘혜두’는 ‘슬기 구멍’이다. 문심을 알고 혜두가 열려야 공부머리가 깬다. 머리가 깨지 않으면 백날 해도 헛공부다.(p.55)

 

사의재는 내가 강진에 귀양 와서 사는 집이다. 생각은 담백해야 한다. 담백하지 않으면 서둘러 이를 맑게 해야 한다. 외모는 장중해야 한다. 장중하지 않으면 빨리 단속해야 한다. 말은 과묵해야 한다. 과묵하지 않으면 바삐 멈춰야 한다. 동작은 무거워야 한다. 무겁지 않거든 재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그 방에 이름을 붙여 사의재라 하였다. 마땅하다는 것은 의롭다는 뜻이다. 의로움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어감을 생각하다 보니 뜻과 학업이 무너진 것이 슬퍼서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 것이다.(p.053)

 

학문이란 무엇이냐?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옛사람은 학문이야말로 으뜸가는 의리라고 말했지. 내 생각에는 이 말도 문제가 있다. 마땅히 ‘유일무이한 의리’라고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법칙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되어서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그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니? 그래서 금수에 가깝게 된다고 하는 것이지. 명심하도록 해라.(p.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