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4일차-이 시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학질 끊는 노래

카민셀 2024. 6. 12. 21:21

 

읽고 단상쓰기#4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삶을 바꾼 만남 (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4일차
이 시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학질 끊는 노래
69p~91p

 

 

단상 쓰기

스승이 제자의 병치레가 걱정되어 안부를 물을 수는 있지만 노래까지 지어 보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 아닌가? 쓰인 글씨를 보니 그동안의 흘림체는 안 보이고 반듯반듯 글자마다 정성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억울한 백성이 스스로 남근을 자른 기막힌 사연 앞에 황상이 지은 시를 보고 비가 오더라도 바로 오라며  황상의 시를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된다고 제자의 안위를 각별히 챙기며 걱정하는 모습에서 다산이 황상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산 자신도 공분을 못 이겨 황상의 시에 화답하듯 제자와 같은 구절의 반복으로 같은 제목의 시를 따로 지었다니 스승을 닮아 카랑카랑했다는 황상의 시가 한편으론 당연했겠다 싶다.

 

그나저나 힘없는 백성의 억울하고 고달픈 삶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 거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세상 이치를 탐구하는 공부 앞에서 굳이 학질 같은 물리적인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부조리의 한 가운데에서 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 부분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매진하렴. 장차의 성취는 아무 의심할 것이 없겠다. 네 지수굿한 성정과 고통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장하다. 나는 네가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문사 공부에 매진해서 우주의 만사를 다 네 것으로 만들게 될 것을 믿는다. 학질인들 네 기상 앞에 어찌해볼 도리가 있겠느냐. 아무렴 가난이 네 굳센 뜻을 꺾을 수 있겠느냐. 내가 지은 이 시를 받고 네 몸의 학질이 뚝 떨어지길 바란다. (p.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