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이스탄불>#2일차-4, 5, 6장

카민셀 2024. 11. 26. 22:02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2일차

이난아 옮김 (민음사)

 

#2일차
4장. 허물어진 파샤 저택들의 슬픔:거리의 발견

5장. 흑백
6장. 보스포루스 탐험

 

 

단상쓰기

오늘날의 시각적 감각에 호소할 오스만의 회화예술은 전무하다는 슬프고도 충격적인 언급에서 이 당시 이스탄불이 가진 깊은 패배감과 상실감이 느껴졌다. 또한 오스만의 세밀화는 회화예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오르한이 언급한 마트락츠 나수흐(Mecmu-i Menazil)와 터키 화가들의 세밀화를 찾아보았다.  

오르한의 주장대로  오스만의 세밀화들은 사실적 기록을 위한 평면도처럼 보였다. 주로 초상화나 행렬을 담은 그림들이고 오로지 정확한 표현의 기록만이 목적인 것처럼 정밀하고 정확한 형태와 색상들의 명백함이 도장 찍히듯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오스만의 세밀화가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져서 당황하려는 찰나 바로 연상되는 조선시대의 기록화들 즉, 어가행렬과 왕의 모습을 담은 어진들 혹은 화려하면서도 세밀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몽유도원도까지 빠르게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나서 뜬금없는 생각, 어쩌면 이스탄불이 가진 지리적 문화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역사적 비애들 사이에서 망해버린 조선이, 분단된 한반도가 겪었던 상실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락츠 나수흐(Mecmu-i Menazil) 힐라의 모습(일부), / 이스탄불대학 도서관 (출처:https://ims.or.kr/ims/culture/22)

 

 

〈태평성시도 太平城市圖〉, 국립중앙박물관 (출처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061462)

 

 

 

 

인상 깊은 부분

흑백의 감정을 더욱더 영속시키는 또 다른 것은, 도시의 과거로부터 남은 승리와 행복의 색깔들이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 의해 그려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시각적 감각에 호소할 오스만 회화 예술은 없다. 오스만 회화와 이 회화가 모델로 삼은 이란 고전 회화에 대해 우리의 시각적 감각을 키우고, 가르치는 어떤 글, 어떤 작품도 오늘날 이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이란 세밀화를 보고 약간 흥분한 오스만 제국의 세밀 화가들은 이스탄불을 어떤 공간 혹은 풍경으로서가 아니라, 어떤 표면 혹은 지도로 보았다.(이에 대한 가장 좋은 실례는 '마트락츠 나수흐'이다) ‘축제의 시’에서도 그렇듯이, 세밀 화가들은 술탄의 종, 길드, 기구, 기예, 물건의 풍부함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도시는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 아니라, 어느 공식 행렬 장면이나 영화를 찍는 내내 한 지점에 초점을 고정시킨 카메라 렌즈를 통해 불 수 있는 장소로 그려졌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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