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쓰기#19일차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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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늙어 일이 없고 눈도 침침한데 종일 책장을 넘기며 공부에 대해 이런저런 가늠을 하면서도 농사 재미도 견줄 수 없는 것이 노년의 공부라고 황상이 말하고 있다.
어려서 널렸던 공부의 기회는 온갖 핑계로 회피를 일삼다가 중년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황상의 말이 처연하게 와닿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주말마다 휴일마다 나들이며 여행이며 경쟁하듯 다니느라 일년중 휴일에 집에 붙어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집 밖의 어딘가를 열심히 헤집고 다녔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보상을 집 밖 어딘가에서 받아내겠다는 조바심으로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이 없음에도 기어이 가야 할 곳을 골라내어 끊임없이 동분서주하느라 심신이 피곤할 정도였다.
마침내 이 행동을 멈추게 된 시점을 떠올려보니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인 거 같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나름의 독서를 하면서 느낀 것 이 웬만한 나들이나 여행보다 집이나 도서관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요즘의 시간이 가장 소중해졌다는 것이다. 황상이 말하는 ‘견줄 수 없는 재미’ 단계까지 다다른 상태는 아니지만 노는 것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편안해졌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어색한 듯 반갑다.
인상 깊은 부분
하다가 싫증이 나면 그동안 베껴 쓴 것을 살펴보면 이런저런 가늠을 한다. 오랫동안 피리를 손에서 놓았다가 갑자기 연주를 하려 하니 곤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격이다. 한동안 밀쳐둔 공부가 영 마음 같지가 않다. 그래도 늙어 배우는 노학의 삶이 찰지고 값지다. 농사 재미도 여기에 견줄 수는 없다(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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