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6-군정청 직원으로 다시 한국에

카민셀 2024. 7. 23. 08:18

읽고 단상쓰기#06일차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밀러가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사용한 학습용 괘도

 

 

#06일차
군정청 직원으로 다시 한국에
145p~173p

 

 

 

단상 쓰기

2차 대전의 말미에 한국에 도착해 대한민국 정부 출범부터 한국전쟁까지 그 혼란의 시대를  직접 겪은 서양인이 들려주는  힘없고 아팠던 내가 태어나기도 수십 년 전의 내 나라의 이야기라니 기분이 참 묘하다. 밀러가 한국에 도착했던 시점이 이제 와 이리 절묘할 수 있을까 싶다. 참혹했던 일본 점령 기와 해방 후의 혼란스러움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그 격동을 지켜보던 서양인. 이후 한국에 정착해 눈부시게 발전하는 한국을 모두 지켜봤을 테니 밀러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던 시점 자체가 운명이었구나 싶다. 

 

일본어 한자까지 마스터한 언어에 소질이 있는 밀러였으니 단순하게 생긴 한국어는 쉽게 배울 텐데 했다가 한자 때문에 어렵다는 대목에서 아 맞다 그 시절은 글자의 반 이상이 한자였구나 했다. 일본, 한국, 중국의 한자가 모두 다르게 읽히고 쓰이는 걸 살짝 경험해 본 바로는 일본어를 아예 안 배웠다면 모를까 일본 한자가 이미 각인된 상태에서 다시 한국 한자를 익힌다는 건 아무리 언어 천재라도 똑같이 생긴 글자를 다르게 읽는 것이 동시 가능한 뇌 상태를 감히 상상해 보니 충분히 고통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인상 깊은 부분

유엔은 1947년 11월 한반도에서 인구 비례로 선거를 치러 중앙정부를 세우도록 결의했으나 소련의 반대로 1948년 5월 10일 남한 단독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그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식을 갖고 한반도의 반토막만 관할하는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p.160)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우면서 밀러가 놀란 것은 한국말에 나오는 명사의 태반이 한자어라는 점이었다. 한자 낱말이 많은 것은 한자 실력이 풍부한 그에게 도움이 되었으나, 한자를 한국어로 읽지 못하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