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나의 인생 #20 질서, 위생, 규율

카민셀 2024. 9. 13. 08:15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0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0일차
질서, 위생, 규율
236p~247p

 

 

 

단상 쓰기

드디어 유대인들이 (당연히 가망 없기는 하지만) 독일군을 향해 '저항'이란 걸 하기로 결정한다. 그 지경이 되어서야 벼랑 끝에서 등 떠밀리듯 결정당한(?) 측면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이 목숨을 방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로서는 나치의 비인간적임 이전의 비인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어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 물론 저항의 결과가 100%에 이르는 죽음일지라도 그들이 하기로 한 ‘저항’이라는 결정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느낌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더니 진짜였다. 독일어 책을 열심히 읽어서 독일어를 할 줄 알아서 살아남더니 이번엔 수천 권의 책들이 직접 방패가 되어 마르셀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곤 ‘도스토옙스키의 일화’까지 마르셀에게 재현되다니...

1%의 성공률이라도 달성되면 100%다. 실패율 99%가 넘는 당연히 가망 없던 현실에서의 ‘저항’의 결정과 ‘책’의 놀라운 콜라보가 경이롭다.

 

 

 

인상 깊은 부분

특히 우리는 곧 ‘이주’가 시작되면 손에 무기를 들고  공개적으로 저항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인에 대한 이런 (당연히 가망 없는) 저항은 이미 1942년 7월 22일에 여러 유대인 조직의 대표자들이 모인 공동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p.241)

우리는 수많은 고서들로 임시 방어벽을 쌓고 이 ‘작전’에서 무사히 살아남기를 염원했다. 그리고 염원대로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 책들이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었다.(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