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1일차
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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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쓰기
가까스로 게토를 탈출했지만 돈 한 푼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어느 가난한 노동자의 도움으로 그들의 가정에 숨어지내게 된 이야기는 기적에 가까운 우연의 연속이라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게토의 다른 생존자 이야기 속에도 이 같은 우연과 기적적들이 상당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살아남은 자의 기적들 안에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우연들로 빼곡하게 이루어졌음을 발견하고 있다.
마르셀의 기적을 이루는 우연의 큰 조각으로 이번에도 마르셀이 읽었던 책들이 그 역할을 해낸다. 인정 많고 용감한 바르샤바 식자공 부부의 자비와 인간다움이 만사에 지칠 때마다 마르셀이 읽었던 책들이 천일야화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니 말이다.
이쯤 되니 마르셀의 생사에는 늘 문학이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또한 누군가를 돕는 결정은 귀하고 천함의 위치와 상관없는 일임을 마르셀을 구해준 바르샤바의 식자공에게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그 외에 마르셀을 살려준 인간의 동정심과 자비, 인간다움이라는 말에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거라는 그 식자공의 말을 하나 더 보태보고 싶다.
인상 깊은 부분
“아돌프 히틀러, 유럽 최강의 권력자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여기 있는 두 사람은 죽어야한다, 그리고 나, 바르샤바의 비천한 식자공은 이렇게 결정했다. 여기 두 사람은 살아야 한다. 자, 누가 이기나 어디 두고 보자,”(p.255)
이렇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거죠.(p.258)
우리를 내보내려고 할 때마다 게니아가 그를 설득했다,. “이 사람들은 우리집에 있어야 해요. 오랫동안 함께 버텨왔는데, 조금만 더 있으면 잘될 거에요.” 그러다 거꾸로 게니아가 인내심을 잃을 때마다 자신 있게 외침 사람은 볼렉이었다. “젠장, 우리는 해낼 수 있어. 빌어먹을 독일 놈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두 사람은 계속 보호자가 되어 우리를 숨겨주었고, 우리는 여전히 밤 시간을 이용해 수천 개비의 담배를 만들었으며, 나는 그 긴긴 밤마다 계속 사랑에 빠진 소녀, 젊은 왕자, 늙은 왕, 겨울 동화,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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