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단상 쓰기

보바리 부인#7일차-2부 8장

카민셀 2024. 11. 7. 21:01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7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7일차
2부 
8장

 

 

단상쓰기

공진회에서 엠마를 향한 협잡꾼의 현란한 속삭임이 시작됐다.

아무리 나약한 엠마지만 너무 뻔한 속삭임에 한 번에 넘어갈 엠마는 아닐 텐데 참사관의 격양된 연설과 함께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로돌프의 정교한 수작을 번갈아 듣고 있자니 참과 거짓 혹은 옳고 나쁨이라든가 약속과 무도 같은 당연한 절대적 이분법의 경계마저 흐물흐물해졌다. 급기야 세상을 지탱하던 모든 것의 원래의 의미마저 공허해지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을 성공시킨 후  바로 그 정확한 타이밍에  후각과 시각 촉각을 총동원하여 쐐기를 박는 실력에 어쩔 수 없이 박수라도 쳐야 할 판이다.

 

분명한 건 이 협잡꾼이 거짓말을 하거나 딱히 틀린 말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가만 보니 ‘반론이 생길만한 말은 하지 않는다. 모호한 것에 의미를 더 부여한다.  중요한 가치를 들먹여 더 중요한 가치를 티 나지 않게 훼손시킨다.’의 노력이 보인다. 꽤 대단한 실력이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안 넘어가지만) 이제 엠마는 바람 앞에 등불이 됐다. 이럴 때 샤를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 시간이 있다. 늦기 전에 제발 엠마 좀 구해 내시라.

 

 

 

 

인상깊은 부분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정열을 반대하시는 겁니까? 정열이야말로 이 지상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웅적인 행위와 감격과 시와 음악과 예술의, 요컨대 모든 것의 원천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엠마는 말했다. “어느 정도는 일반적인 사회의 의견에도 따라야 하고 사회의 도덕을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죠. 그러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고 그가 대답했다. “아주 조그마한 것, 서로 의지하기 위한 도덕, 인간의 도덕, 끊임없이 변천하고 귀찮도록 떠들어대는 도덕은 저기 보이는 바보들이 놓여 있는 것처럼 극히 보편적이어서, 낮은 곳에서 비속하게 움직이는 도덕이지요. 그러나 또 하나의 다른 도덕, 이것은 영원한 것이며, 모든 것에 통용되어서 한층 더 높은 도덕입니다. 마치 우리를 에워싼 경치, 우리를 비추는 저 푸른 하늘과 같은 것입니다.” 

(2부 8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