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0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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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오페라를 보면서 나누는 샤를과 엠마의 대화를 읽고 있자니 참담함을 느꼈다. 평소 잘 켜지 않는 TV 앞에 어쩌다 나란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될 때마다 나누는 나와 남편의 대화와 패턴이 놀랍도록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당신도 잘 알다시피 나는 그 까닭을 완전히 알아야 직성이 풀린단 말이오”와 같은 머저리 같은 대꾸는 하지 않는다. 다행이 “아 그래? 몰랐네! 그러고 보니 그렇네!”쯤으로 마무리되곤 한달까.
그러나 샤를은 자신의 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마저 완벽히 반대로 판단하는 치명적 무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것을 자부심으로 내보이려 하다니... 만약 내 남편이 저런 지경의 대꾸를 한다고 상상하니 분노를 넘어 실소조차 나오질 않는 어떤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아! 이것이 엠마의 무시무시한 권태로구나. 불쌍한 엠마. 엠마는 죽을 때까지 먹고 싸고 자는 것 외에 도대체 남편과 무슨 대화를 해야 한단 말인가!
인상깊은 부분
엠마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설명했음에도 질베르가 자기의 음모를 주인인 아슈통에게 고백하는 이중창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샤를은 뤼시를 속이는 가짜 약혼반지를 보고, 그것이 에드가한테서 온 사랑의 기념품이라고 믿어버렸다. 아무튼 샤를은 음악 때문에 가사가 방해되어서 줄거리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괜찮지 않아요. 좀 잠자코 계세요!”
엠마가 말했다.
“그러나 당신도 잘 알다시피 나는 그 까닭을 완전히 알아야 직성이 풀린단 말이오.”
샤를이 엠마의 어깨에 몸을 바싹 대면서 말했다.
“쉬잇! 잠자코 계세요!”
엠마는 화를 냈다.
(2부 13, 14, 15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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