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9일차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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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쓰기
샤를의 수술 대실패로 ‘최고 실력을 가진 의사 부인’이라는 욕망과 함께 억지로라도 긁어모아보려 했던 남편에 대한 보바리 부인의 애정은 밑동부터 완전히 뿌리 뽑혀버렸다. 이제 그녀가 향할 곳은 루돌프뿐인가. 보바리 부인은 한순간도 사랑과 열정 없이는 살 수 없는가. 그것이 모두 거짓일지라도?
루돌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하여 유일한 사랑이라 외치는 엠마. 루돌프의 사랑도 자신과 같다며 함부로 확신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루돌프에게 그런 건 없었다. 사랑이라니, 사랑은커녕 진실과 믿음 같은 허무한 감정만큼 사람을 공허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그런 언어는 적당히 잘 피해 다녀야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엠마는 이런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 만남이라는 게 결론적으로 서로의 마음이 어긋날 수도 있지만 루돌프와의 만남은 나쁜 만남 같다.
엠마는 루돌프를 만남으로서 결국 더욱 깊고 큰 구멍이 날 테지만 그러나 이 중에 누가 더 딱한 사람일까. 순수와 열정에 속고 있는 엠마일까. 그런 것들은 영원히 믿지 못하는 루돌프일까. 뭐가 됐든 이 둘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인상깊은 부분
그는 엠마의 말의 순수함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았다. 평범한 애정을 감추고 있는 과장된 말은 그것을 적당히 덜어내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슴에 하나 가득 넘치는 영혼에서 때로는 참으로 공허한 비유가 되어서 감정이 나오는 일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누구라도 자기의 욕망이나 상상이나 고통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사랑의 언어는 깨진 냄비와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두드려서 별을 감동케 하려고 해도 곰을 춤추게 할 정도의 멜로디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돌프는 어떠한 입장에 놓이더라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사람들이 지니는 탁월한 비판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랑에서 아직도 다른 향락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엠마를 함부로 다루었다. 이 여자를 사나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타락한 여자로 만들었다.
(2부 11, 12장 중에서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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