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18

보바리 부인#18일차-3부 11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8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8일차3부 11장  단상쓰기엠마는 인생의 행복, 열정, 도취를 탐구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욕망을 향해 뒤를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질주하다가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 비극을 초래하더니 스스로 인생을 마감했다. 샤를은 엠마와 같은 갈망이 없는 상태로 만족하며 살다가 견딜 수 없는 진실의 고통을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운명 탓을 하며 마지막 원망조차 삼킨 채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듯했다.  그러나 샤를은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르게 그의 영혼은 그런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샤를이 자신의 영혼에게 반드시 해야 했던 질문들은 전달되지 않았고 전달되지 않은 질문과는 상관없이 차곡히 누적된 답변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비참한 파국으로 샤를 앞에..

보바리 부인#17일차-3부 9, 10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7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7일차3부 8장  단상쓰기 엠마의 죽음과 장례식 앞에서 샤를도 루올도 오메도 각각 다른 행동을 보인다. 특히 흙무덤에 함께 파묻히겠다던 샤를도 조금 지나자 진정이 되어 막연한 만족감까지 느끼는 장면과 담배를 여유롭게 피던 루올 노인의 모습에서 7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다.  71세 평생을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나 별다른 질환이 없으셨던 분의 느닷없는 죽음이었다. 한밤중에 호흡이 안돼서 119 응급차를 불렀고 그대로 중환자실로 들어가신지 5시간 만에 돌아가셨다. 주된 원인은 면역력 저하 시기인 여름 폭염의 끝자락에서 어디선가 감염된 바이러스성 급성폐렴이 원인이었고 아니 그보다는 치료의 골든타임인 3~4일을 놓친 2차 원인..

보바리 부인#16일차-3부 8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6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6일차3부 8장   단상쓰기절망과 함께 온 사랑의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 망설임 없는 죽음으로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엠마를 지켜보면서 가망 없는 절망 속에서도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거라는 어느 가난한 식자공의 말이 생각났다.(게토에서 탈출한 마르셀을 숨겨준 식자공이 했던 말이다.)사랑이 없다면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순순히 빼내버리는 엠마의 유약함에서 내 삶에 가해질지도 모르는 위협을 느낀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일은 자신이 번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신을 죽이는 일에 타인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의 목숨은 나를 위해서라도 쉽게 버리진 말아달라는 말하..

보바리 부인#15일차-3부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5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5일차3부 7장   단상쓰기 싫어하면 용서도 빌 수 없다는 엠마. 자신을 내팽개치는 사치와 허영은 스스로를 얼마나 망가트리는지. 이로 인한 엠마의 어리석음의 사악도가 생각보다 높다. 샤를 앞에 이토록 단단하고 철저한 파국을 켜켜이 만들어 놓고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에겐 용서조차 빌 수 없다는 말에 엠마 삶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 보이는듯했다. 도대체 성장기 그녀의 내면 심리의 기초공사는 어떤 재료들로 만들어진 걸까. 아무리 상대가 싫다 해도 명백한 내 잘못에 대한 마지막 양심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비는 것은 상대방을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의 문제임을 엠마가 알았다면 엠마..

보바리 부인#14일차-3부 6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4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4일차3부 6장  단상쓰기정말 우연히도 ‘보바리 부인’의 엠마와 파리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라스티냐크의 ‘고리오 영감’을 동시에 읽고 있다.  두 소설 모두 시대적 배경이 1800년대 초 중반인데 내가 익히 들어왔던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별명도 같은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니었나? 소설을 보니 낭만은커녕 저런 상태로는 사회가 곧 무너질 거 같다는 생각에  프랑스 혁명의 연대를 뒤져보니 역시나  1789년에 시작해 1870년대까지 크고 작은 혁명이 마무리되고 이후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낭만의 시대로 본다는 걸 알아냈다.그러니까 소설 속 프랑스의 시간대는 왕정시대의 산물인 사교계 화려한 사치와 계급 과시의 찌꺼기가 쌓이다가 극렬로 치달..

보바리 부인#13일차-3부 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3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3일차3부 5장   단상쓰기엠마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는지. 거짓과 타락으로 얼룩져 재산과 영혼의 탕진으로 치닫고 있는 엠마의 어리석은 사랑놀이를 보고 있자니 루돌프는 엠마에게 엠마는 레옹에게 마치 먹이 사슬에서의 포식자와 피식자로 연결되는 관계로 보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샤를은 레옹보다도 한참 낮은 피식자다. 단세포라 할지라도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생존은 본능이다. 위험신호가 충분히 감지되는 순간에도 샤를의 위험 감지 센서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센서 고장으로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샤를과 마음 놓고 타락하는 엠마.  이 두 사람의 어리석음에 필연으로 이어질 예상되는 파국들. 특히 엠마의 타락은 어리석음이 지나치면 악과..

보바리 부인#12일차-3부 2,3,4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2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2일차3부 2, 3, 4장   단상쓰기인간성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만을 바라봐 준다면 남편의 자격으로 크게 상관없다는 여자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본인에게 충실한 사람보다 인간으로서 멋있는 사람을 원했나 보다. 엠마는 본인의 실수로 다리를 잘라내고 힘들게 살아가는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남편을 보며 인색하고 궁상스럽고 무능하다며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런 엠마의 감정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만약 샤를이 엠마에게 충실하지 않고 건달에 가까운 난봉꾼이었다면 샤를을 향한 엠마의 감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도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마부의 의족 앞에서도 아내의 정부가 준 꽃다발의 냄새..

보바리 부인#11일차-3부 1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1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1일차3부 1장  단상쓰기이전 안짱다리 수술 때도 그랬고 약사가  보바리 부부에게 무언가 권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이번 보바리 부부의 오페라 관람도 약사가 권한 것이다. 거기서 보바리 부인과 레옹이 재회하고 만다. 약사 같은  인 간유형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크고 작은 파멸로 안내당하고 마는 것 같다. 루돌프의 사랑의 만행에서 이제 겨우 회복된 엠마는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엠마가 사랑에 빠지고 상처 입는  방어력은 제로에 가깝다. 죽음을 직면하는 아픔을 겪고도 속절없이 또 사랑에 빠지다니…  이제부터는 샤를 탓도 아니다. 그녀도 갈 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거절의 편지를 썼을 텐데 내밀던 편지를 스스로 거두며 “아..

보바리 부인#10일차-2부 13, 14, 1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0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10일차2부 13, 14, 15장  단상쓰기오페라를 보면서 나누는 샤를과 엠마의 대화를 읽고 있자니 참담함을 느꼈다. 평소 잘 켜지 않는 TV 앞에 어쩌다 나란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될 때마다 나누는 나와 남편의 대화와 패턴이 놀랍도록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당신도 잘 알다시피 나는 그 까닭을 완전히 알아야 직성이 풀린단 말이오”와 같은 머저리 같은 대꾸는 하지 않는다. 다행이  “아 그래? 몰랐네! 그러고 보니 그렇네!”쯤으로 마무리되곤 한달까. 그러나 샤를은  자신의 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마저 완벽히 반대로 판단하는 치명적 무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것을 자부심으로 내보이려 하다니... 만약 ..

보바리 부인#9일차-2부 11, 12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9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9일차2부 11, 12장  단상쓰기샤를의 수술 대실패로  ‘최고 실력을 가진 의사 부인’이라는 욕망과 함께 억지로라도 긁어모아보려 했던 남편에 대한 보바리 부인의 애정은 밑동부터 완전히 뿌리 뽑혀버렸다. 이제 그녀가 향할 곳은 루돌프뿐인가. 보바리 부인은 한순간도 사랑과 열정 없이는 살 수 없는가. 그것이 모두 거짓일지라도? 루돌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하여 유일한 사랑이라 외치는 엠마. 루돌프의 사랑도 자신과 같다며 함부로 확신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루돌프에게 그런 건 없었다. 사랑이라니, 사랑은커녕 진실과 믿음 같은 허무한 감정만큼 사람을 공허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그런 언어는 적당히 잘 피해 다녀야 이득이라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