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18

보바리 부인#7일차-2부 8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7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7일차2부 8장  단상쓰기공진회에서 엠마를 향한 협잡꾼의 현란한 속삭임이 시작됐다.아무리 나약한 엠마지만 너무 뻔한 속삭임에 한 번에 넘어갈 엠마는 아닐 텐데 참사관의 격양된 연설과 함께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로돌프의 정교한 수작을 번갈아 듣고 있자니 참과 거짓 혹은 옳고 나쁨이라든가 약속과 무도 같은 당연한 절대적 이분법의 경계마저 흐물흐물해졌다. 급기야 세상을 지탱하던 모든 것의 원래의 의미마저 공허해지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을 성공시킨 후  바로 그 정확한 타이밍에  후각과 시각 촉각을 총동원하여 쐐기를 박는 실력에 어쩔 수 없이 박수라도 쳐야 할 판이다. 분명한 건 이 협잡꾼이 거짓말을 하거나 딱히 틀린 말을 한 적은 없다는 것..

보바리 부인#8일차-2부 9, 10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8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8일차2부 9,10장  단상쓰기루돌프의 사랑의 언어는 ‘아름답다’는 말과 ‘소유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 함께 쓰이고 있다. 사랑한다면 상대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자 태도가 달라져갔다고 한다. 루돌프가 과거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거짓 없는 순진한 사랑임에도 그는 ‘경멸’과 ‘기쁨’을 동시에 교차시킨다. 루돌프의 사랑은 꽤나 난잡하다.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니다. 노련하지 못한 엠마가 위험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순수함 때문일까. 지독한 열정 때문일까. 순수와 열정은 긍정의 단어가 아니었던가. 대책 없이 진행되는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자니 이제는 그녀의 미모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바리 부인#6일차-2부 6,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6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6일차2부 6, 7장  단상쓰기레옹을 인식하기 시작한 엠마. 시작과 동시에 정반대로 표현하는 엠마의 행동. 그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백 한번 못하고 그대로 실망하고 체념하는 레옹. 이런 엠마와 레옹 사이의 미련한 감정과 정 반대의 행동을 지켜보면서도 그래도 이쯤이면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겠다고 확신하는 순간 갑자기 레옹이 용빌에서 떠나버렸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바람둥이가 나타나 엠마를 노리고 있다. 서툴고 바보 같은 레옹과 영리하지 못한 샤를과는 다르게 한눈에 엠마의 결핍을 정확히 간파해 내고 그 사이를 파고들 계획까지 단숨에 세우는 실력을 갖췄다. 엠마를 꼬신 후엔 떼어낼 방법까지 궁리하는 불순한 바람둥이의 계..

보바리 부인#5일차-2부 3, 4, 5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5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5일차2부 3, 4, 5장  단상쓰기이사 후에도 깊어져 만 가는 엠마의 권태와는 대조적으로 샤를은 새로 문을 연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아 돈 문제로 초조해진다. 게다가 아내 배속에 소중한 아이가 생겨 즐거운 걱정을 하느라 일상은 더욱 분주해졌다. 만약 엠마에게도 생계에 대한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병으로 발전할 만큼의 지루함이 일상 속 곳곳에서 싹을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싶다. 자신의 배속에 아이를 품고도 모든 게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감정이라니, 태어날 아이의 물건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귀찮아하는 엠마의 행동을 보면서 샤를이 안돼 보이기 시작했다. 엠마처럼 샤를도 먹고사는 문제 같은 건 걱정 없는 환경이나 성격이었다면 그도 권태를..

보바리 부인#4일차-2부 1, 2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4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4일차2부 1, 2장  단상쓰기물론 나도 단숨에 읽어버리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미적지근한 감정을 표현한 문학은 예술의 진정한 목적을 벗어난 거라고 단정 짓는 레옹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뻔한 젊음이 죽을 만큼 권태로운 엠마는 레옹의 이 같은 말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감동엔 고통이 전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삶의 의미는 행복 추구가 아님을 눈치챈 중년의 나로서는 이들의 대화가 어쩐지 딱하다. 그럼에도 감동이 없으면 예술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레몽의 말은 어쩐지 내 머릿속을 계속 서성이고 있다.   인상깊은 부분그래서 전 지금은 오히려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고 읽으면서 무서운 마음이 드는 그런..

보바리 부인#3일차-1부 8, 9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3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3일차1부8, 9장   단상쓰기엠마의 지독한 권태에 빠져 몸부림치는 결혼생활을 읽다가 문득 날짜를 세어보니  나는 17년째 결혼생활 중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신혼의 꿈에서 깨어나 한숨이 나오기 시작한 게 결혼 몇 년 차부터 였더라… 20대부터 서로 소 닭 보듯이 무리와 함께 알고 지냈고 그렇게 7년이 지난 어느 날 각자의 취향과 생활습관은 좀 달라도 의견 일치와 삶을 통해 바라보는 방향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해 결혼했다. ‘우리는 잘 일치한다’는 그 착각은 정확히 3년 정도 지속됐고 그 뒤로 홀수 년도 마다 작고 큰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 물어보면 남편은 그런 나의 감정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그러는 동안 남..

보바리 부인#2일차-1부 4, 5, 6,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2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2일차1부4, 5, 6, 7장  단상 쓰기결혼식이 끝나고 남편을 따라나서는 딸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루올 노인의 쓸쓸함에서  세 자매의 결혼식을 치르신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자매 중 맏이인 내가 이 감정의 실체를 처음 느낀 것은 나의 결혼식이 아닌 둘째 결혼식 직후부터였다. 신랑 신부의 나이가 꽉 차 양가에서 서둘렀던 결혼이라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혼식이었고 꽤나 즐거운 행사였다. 식이 모두 끝나고 서울까지 올라온 사돈댁까지 모두 댁으로 돌아간 시간과 맞닥뜨렸을 때만 해도 낯설지만 예상범위 안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후 부모님과 같이 동행한 친정집에서의 몇 시간은 미처 예상치 못한 감정이라 적잖이 당황했었다.  부모님도 막내도..

보바리 부인#1일차-1부 1, 2, 3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1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1일차1부1, 2, 3장  단상 쓰기 이 소설을 사전 지식 없이 접하는 독자로서 초반부 몰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음을 고백해야겠다. 우선 거창하게 제목으로 강열하게 각인된  ‘보바리 부인’이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샤를 보바리의 모친인지, 설마 초반부터 죽어버린 첫 아내인 엘로이즈인지, 이제 막 두 번째 아내가 된  엠마인지, 아니면 혹시 세 번째 아내가 또 등장할지,  1부 3장이 지나도록 알 수 없는 가운데  보바리가의 아들 샤를 보바리 중심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서 나의 인지 부조화가 시작되는 거 같다. 게다가 무색 무취 무향의 3무를 떠올리게 하는 이토록 특색 없는 인물인 샤를 보바리가 보바리 부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