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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0일차-다산의 아들 노릇, 귀한 것은 마음을 알아주는 일

읽고 단상쓰기#10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10일차다산의 아들 노릇, 귀한 것은 마음을 알아주는 일219p~246p   단상쓰기 이번 회차는 눈길이 멈추는 곳이 많았다. 닭을 치겠다는 둘째 아들의 소식에 다산이 당부한 끝장을 본다는 격물치지 공부법으로 시작해 변상벽의 그림까지 아우르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돋보였고 특히 오래 멈추어 감동으로 남은 부분은 정약전이 다산에게 보냈고 황상이 온 마음을 담아 보관하여 지금까지 전해진 정약전 편지의 일화이다. 사람은 사람을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사람은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향해 신의와 의리를 바친다는 말에 동감한다. 정약전의 편지글은 황상에게 이 같은 작용을 하고도 남았으리라.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그..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9일차-시 짓기 시합, 두륜산 유람

읽고 단상쓰기#9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9일차시 짓기 시합, 두륜산 유람192p~218p   단상쓰기첫 만남의 인사전에 먼저 시를 지어 보내고 다시 시로 화답하는 예의를 갖춘 멋들러진 인사법이 인상 깊었다. 스승과 아버지를 통해서 들은 것밖에 없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인사글을 보낸다는 게 현대에선 불가능에 가까워 귀하게 느껴졌다.스승과 아버지를 통하는 귀한 만남이니 예의를 다하는 것이 당연했다 해도 만남의 시작을 이리 진심으로 공을 들이니 한번 마주치는 인연이 대를 이어가며 귀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겠구나 싶다. 시로 첫인사를 하고 만나서는 돌림자로 시 짓기 시합을 하며 인연을 다지니 선비들의 시 사랑이 대단하다. 그렇게 만난 귀한 만남이 꼭 같은..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8일차-우물우물 시간을 끌었다, 한겨울의 공부방

읽고 단상쓰기#8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8일차우물우물 시간을 끌었다, 한겨울의 공부방168p~191p   단상쓰기하필 비가 내려 진창 길을 뚫고 오는 바람에 안 그래도 옹색했을 아들의 몰골을 아예 처참하게 만들어버려 안타까웠다. 그렇게 힘겹게 찾아온 아들을 알아본 다산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시를 보니 서글프다 못해서 처절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부러운 장면이 있었다. 부자의 몇 년 만의 상봉은 서글펐으나 아들의 공부를 손수 가르치겠다 명하고 아들과 아버지가 올라간 보은산방의 시간은 더없이 값져 보인다. 다신은 아들에게 “다시는 갖지 못할 시간일 것이니라. 간절하게 공부해야 한다.”라며 아들을 가르친다. 정말 그렇다. 쉽게 갖지 못할 시간이다. 그렇게 탄생한 아버..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7일차-내외가 따로 자라, 이제부터 시사가 원만하겠다.

읽고 단상쓰기#7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7일차내외가 따로 자라, 이제부터 시사가 원만 하겠다.137p~167p   단상 쓰기다산은 정이 많았지만 뾰로통하게 잘 삐쳤다는 부분에서 그게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혜장의 제자인 승려 수룡에게 보냈다는 답장 말미에 쓰인 ‘과거의 사람이’라는 표현에 눈을 의심했다. 진짜 이렇게 쓰셨다고? 조선 철학자의 위엄 있고 단정한 모습에서 한참 벗어난 표현이라 오히려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더구나 이런 편지로 제자들을 다그치는 것이 다산의 특기 중 하나 셨다니 제자들이 웬만해선 이 스승의 매력에 걸려 게으름을 피우기 어렵겠다 싶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 적은 없지만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들도 대게 맺고 끊음이 단호한 선생님 앞에선 태도를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6일차-20년 공부가 물거품 입니다, 채마밭을 일구고픈 욕망

읽고 단상쓰기#6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6일차20년 공부가 물거품 입니다, 채마밭을 일구고픈 욕망112p~136p  단상 쓰기다산이 채소 가꾸기를 그토록 바랐다는 부분을 읽다가 채소 기르기의 달인이신 친정엄마를 떠올렸다. 동시에 베란다에 심어진 몇 포기 상추와 토마토에게 아침마다 인사하며 살피는 딸을 떠올렸다. 한 세대를 건너뛴 이 여인들의 채소 기르기 애정은 남다르다. 채소뿐 아니라 식물도감 수준인 친정엄마와 유년기에 사과를 먹다가 몰래 화분에 사과씨를 심어 싹을 틔운 경력을 가진 딸아이는 식물을 키우고 살피는데 내가 이해 못 할 애정이 있다. 다산도 이 마음으로 세밀한 바램이 담긴 시를 8수나 지으셨구나 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한 그 바램이 안쓰러웠다. 시를 짓는다는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5일차-새벽의 생각, 동기부여 학습과 칭찬 교육

읽고 단상쓰기#5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5일차새벽의 생각, 동기부여 학습과 칭찬 교육92p~111p   단상쓰기다산의 장맛비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나직이 탄성이 나왔다. ‘투덜대지 않겠다’는 제목에서 이미 무언가를 각오를 했음에도 이어 나오는 이 짧은 시 앞에서 갑자기 내 주변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을 마주한 듯 멈칫하였다.  표현은 짧으나 빠짐없이 모두 담겨 전달되었다. 그래서 울림이 더하다.  다산은 근심이 오면 ‘근심이 오기에’란 작품을 지어 근심을 맞이하고, 시름을 못 견딜 지경이 되면 ‘시름을 보내며’란 시를 지어 시름을 전송했다니 진정한 어른의 모습에 ‘그럴 때면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싶어 뜬금없는 위로를 받는 부분이었다. 다산은 날마다 과제를 주어 이를 채우..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4일차-이 시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학질 끊는 노래

읽고 단상쓰기#4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4일차이 시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학질 끊는 노래69p~91p  단상 쓰기스승이 제자의 병치레가 걱정되어 안부를 물을 수는 있지만 노래까지 지어 보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 아닌가? 쓰인 글씨를 보니 그동안의 흘림체는 안 보이고 반듯반듯 글자마다 정성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억울한 백성이 스스로 남근을 자른 기막힌 사연 앞에 황상이 지은 시를 보고 비가 오더라도 바로 오라며  황상의 시를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된다고 제자의 안위를 각별히 챙기며 걱정하는 모습에서 다산이 황상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산 자신도 공분을 못 이겨 황상의 시에 화답하듯 제자와 같은 구절의 반복으로 같은 제목의 시를 따로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3일차-사의재와 읍중 제자, 문심 혜두를 어찌 열까

읽고 단상쓰기#3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3일차사의재와 읍중 제자, 문심 혜두를 어찌 열까43p~68p 단상쓰기요즘 사회문제의 근간에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지 않는 사회’가 원인 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 없이 편리대로 비슷하면 갖다 붙여 별 뜻 없이 쓰다 보니 뜻이 와전되고 재생산되어 야기되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평소 단어를 선택해야 할 때나 혹은 타인에 의해 정의된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익숙한 단어라도 그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거나 난해할 땐 애써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딸아이의 뜬금없는 어휘 관련 질문이 늘어나서도 있지만 평소 문자에 담긴 본래 뜻이 상황과 방향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있다고 믿어서다.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일차-동문 밖 주막집, 60년간 새긴 말씀

읽고 단상쓰기#2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일차동문 밖 주막집, 60년간 새긴 말씀21p~42p 단상 쓰기다산이 유배지에 도착해 욕스럽고 괴로운 심경 가운데서도 큰 공부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벼슬길이 막혀버린 자식들에게도 공부는 곤궁한 사람이 하는 법이다. 공부는 너희 같은 폐족이 하는 것이며 공부만 해야 한다.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강조한다.  이것은 다산 스스로에게도 당연한 말이었겠다. 이러한 큰 공부에 대한 다산의 생각과 노력이 제자 황상과의 만남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이 아닐까. 15세 때의 황상은 스스로를 가리켜 세 가지 문제가 있다며 둔하고 막혔고 답답하다 했지만 이미 다산은 고만고만한 아이들 중에 송곳 끝처럼 자루 밖으로 비어..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1일차-글을 열며, 아! 과골삼천

읽고 단상쓰기#1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1일차글을 열며, 아! 과골삼천4p~20p 단상 쓰기나에게 '다산 정약용’은 입시를 위해 배운 것이 전부이다. 조선 정조대왕 때의 위대한 실학자이자 철학가로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같은 과학 기구를 제작하신 분 정도라는 것. 한 마디로 독서모임에서 지정된 도서가 아니었다면 나의 평소 좁은 식견과 성향상 절대 스스로 발견해 내지 못할 책이다. ‘책은 읽다가 스스로 멈춰지는 곳을 찾기 위해 읽는 것이다’라는 어떤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이 책을 20쪽 남짓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멈췄다. ‘요새 사람들은 아무도 스승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다.’는 부분에서는 두 번의 전학으로 적응만이 목표였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