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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2일차-1부 4, 5, 6, 7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2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2일차1부4, 5, 6, 7장  단상 쓰기결혼식이 끝나고 남편을 따라나서는 딸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루올 노인의 쓸쓸함에서  세 자매의 결혼식을 치르신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자매 중 맏이인 내가 이 감정의 실체를 처음 느낀 것은 나의 결혼식이 아닌 둘째 결혼식 직후부터였다. 신랑 신부의 나이가 꽉 차 양가에서 서둘렀던 결혼이라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혼식이었고 꽤나 즐거운 행사였다. 식이 모두 끝나고 서울까지 올라온 사돈댁까지 모두 댁으로 돌아간 시간과 맞닥뜨렸을 때만 해도 낯설지만 예상범위 안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후 부모님과 같이 동행한 친정집에서의 몇 시간은 미처 예상치 못한 감정이라 적잖이 당황했었다.  부모님도 막내도..

보바리 부인#1일차-1부 1, 2, 3장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1일차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1일차1부1, 2, 3장  단상 쓰기 이 소설을 사전 지식 없이 접하는 독자로서 초반부 몰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음을 고백해야겠다. 우선 거창하게 제목으로 강열하게 각인된  ‘보바리 부인’이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샤를 보바리의 모친인지, 설마 초반부터 죽어버린 첫 아내인 엘로이즈인지, 이제 막 두 번째 아내가 된  엠마인지, 아니면 혹시 세 번째 아내가 또 등장할지,  1부 3장이 지나도록 알 수 없는 가운데  보바리가의 아들 샤를 보바리 중심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서 나의 인지 부조화가 시작되는 거 같다. 게다가 무색 무취 무향의 3무를 떠올리게 하는 이토록 특색 없는 인물인 샤를 보바리가 보바리 부인이라는 ..

나의 인생 #26 독일 연구여행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6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6일차독일 연구여행332p~341p  단상 쓰기데미안을 ‘끔찍한 소설’이라고 말해준 마르셀이 내심 반가웠다. 학창 시절 의무감에 읽었던 데미안은 왠지 기분 나쁜 이야기로 분류되어 내게는 다시 읽기 싫은 ‘암울하고 이상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학생인 내게는 내용이 난해했던 탓도 있었지만  알을 깨고 나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아브락사스에게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결론은 정체 모를 강한 거부감을 갖게 했었다. 파괴로 이루어낸 새로운 세계가 지속 가능한 유토피아 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워낙 유명한 작가의 독보적인 고전인 탓에 자아실현을 위한 성장소설쯤으로 열..

나의 인생 #25 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5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5일차요제프 K, 스탈린 인용, 하인리히 뵐 315p~331p   단상 쓰기마르셀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유명 작가와의 일화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명은 꽤나 귀에 익숙한데 작가가 하인리히 뵐이고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됐다.뵐은 전쟁 기간 내내 독일군이었다. 게토에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마르셀은 그럼에도 그와의 얼떨떨한 친분 관계를 꽤나 자세히 말하고 있다. 뵐의 말처럼 이상한 세계에 살았던 그들의 친분이 흥미롭다.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 남을 돕는 일이라는 ..

나의 인생 #24 브레히트 제거스 후헬 그 외의 사람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4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4일차브레히트 제거스 후헬 그 외의 사람들300p~314p  단상 쓰기마르셀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유명 작가와의 일화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명은 꽤나 귀에 익숙한데 작가가 하인리히 뵐이고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됐다. 뵐은 전쟁 기간 내내 독일군이었다. 게토에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마르셀은 그럼에도 그와의 얼떨떨한 친분 관계를 꽤나 자세히 말하고 있다. 뵐의 말처럼 이상한 세계에 살았던 그들의 친분이 흥미롭다.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서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 남을 돕는 일이라는 마..

나의 인생 #23 라이히에서 라니츠키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3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3일차라이히에서 라니츠키로283p~p299   단상 쓰기지금까지 마르셀의 자서전을 읽는 내내 생소한 것은 마르셀의 문체이다. 번역본이니 언어에서 오는 간극은 있겠지만 이 두꺼운 책의 중반을 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타인을 관찰하여 써 내려간듯한 절제된 표현을 보면서 아마도 마르셀의 성향이나 취향에 그 이유가 있는 건가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마르셀을 공산당에 크게 열광시켰던  [공산당 선언]의 문체는 격정과 수사와 풍부한 비유들 이였다고 하니 마르셀에 대한 나의 추리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그나저나 전쟁에서 이겨도 이긴 자들이 또 다른 난리들이다. 인간 사회는 싸움 없인 평화가 ..

나의 인생 #22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쏜 총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2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2일차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쏜 총267p~282p  단상 쓰기마르셀의 이후의 삶에 또 다른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죽음이 당연했던 곳에서 끝내 살아남았으니 어느 정도의 안도와 기쁨이 먼저 그들의 삶을 안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유 없는 죽음들과 동료와 부모와 다정했던 형의 속절없는 죽음을 앞으로의 삶 속에서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특히 다음 세대를 웃고 울며 나와 함께 우리의 삶을, 나와의 노년을 서로 바라보며 살아냈어야 할 내 형제의 느닷없는 죽음은 앞으로의 내 삶 어느 순간에서도 온전한 안도와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엄중한 선고와 같이 ..

나의 인생 #21 볼렉에게 들려준 이야기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1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1일차볼렉에게 들려준 이야기들248p~266p   단상 쓰기가까스로 게토를 탈출했지만 돈 한 푼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어느 가난한  노동자의 도움으로 그들의 가정에 숨어지내게 된 이야기는 기적에 가까운 우연의 연속이라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게토의 다른 생존자 이야기 속에도 이 같은 우연과 기적적들이 상당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살아남은 자의 기적들 안에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우연들로 빼곡하게 이루어졌음을 발견하고 있다.  마르셀의 기적을 이루는 우연의 큰 조각으로 이번에도 마르셀이 읽었던 책들이 그 역할을 해낸다. 인정 많고 용감한 바르샤바 식자..

나의 인생 #20 질서, 위생, 규율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20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20일차질서, 위생, 규율236p~247p   단상 쓰기드디어 유대인들이 (당연히 가망 없기는 하지만) 독일군을 향해 '저항'이란 걸 하기로 결정한다. 그 지경이 되어서야 벼랑 끝에서 등 떠밀리듯 결정당한(?) 측면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이 목숨을 방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로서는 나치의 비인간적임 이전의 비인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어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 물론 저항의 결과가 100%에 이르는 죽음일지라도 그들이 하기로 한 ‘저항’이라는 결정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느낌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더니 진짜였다. 독일어 책을 열심히 읽어서 독..

나의 인생 #19 눈부시게 말쑥한 채찍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나의 인생: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 19일차이기숙 역 (문학동네, 2014)  #19일차눈부시게 말쑥한 채찍227p~235p   단상 쓰기유대인들이 환적장에 끌려 나와 가스실로 향하는 열차에 줄을 서서 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들이마셨던 숨을 내뱉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급기야 부모님을 회상하는 마지막 장면에선 겨우 내뱉던 숨마저 한동안 아예 멎어버렸다. 죽으라면 고분고분 죽으러 가는 무기력한 유대인의 행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스실로 가는 것을 알고 있는 음악가가 마지막 소지품으로 악기를 들고 온 이유가 자신이 사랑했던 음악이나 악기에 대한 마지막 의미 추구가 아니라 아니라 독일군에게 끝까지 자기 한 목숨을 기대어 보려는 마음이었다는 게 이해가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