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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7-한국인이 점점 좋아져요

읽고 단상쓰기#07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07일차한국인이 점점 좋아져요174p~204p  단상 쓰기밀러가 민병갈이 되어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한국을 좋아할 수가 있을까 싶어 어리둥절하였다. 한자며 서예며 시골이며 한옥에 대한 열성까지도 타고난 학습에 대한 민병갈의 천성으로 보아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치를 먹자마자 입에 쩍쩍 붙었다니 그 당시 김치는 혹시 고춧가루나 젓갈을 안 쓴 거 아닌가 싶다가 20년 전 스위스의 어느 한국형 호텔 조식 때 눈썹까지 금발인 새하얀 청년이 귀까지 빨개져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얼굴을 하고도 몇 접시고 반복해서 오로지 김치만을 담아다 먹는 장면이 떠올라서 드물지만 서양인이 김치한테 그럴 수도 있는 일로 간신히 넘겼..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6-군정청 직원으로 다시 한국에

읽고 단상쓰기#06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06일차군정청 직원으로 다시 한국에145p~173p   단상 쓰기2차 대전의 말미에 한국에 도착해 대한민국 정부 출범부터 한국전쟁까지 그 혼란의 시대를  직접 겪은 서양인이 들려주는  힘없고 아팠던 내가 태어나기도 수십 년 전의 내 나라의 이야기라니 기분이 참 묘하다. 밀러가 한국에 도착했던 시점이 이제 와 이리 절묘할 수 있을까 싶다. 참혹했던 일본 점령 기와 해방 후의 혼란스러움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그 격동을 지켜보던 서양인. 이후 한국에 정착해 눈부시게 발전하는 한국을 모두 지켜봤을 테니 밀러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던 시점 자체가 운명이었구나 싶다.  일본어 한자까지 마스터한 언어에 소질이 있는 밀러였으니 단순하게 생긴 ..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5-첫눈에 반한 한국의 풍물

읽고 단상쓰기#05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05일차첫눈에 반한 한국의 풍물113p~144p  단상 쓰기삼사일에서 일주일, 혹은 한 달가량 이곳저곳 머물렀던 여행들을 떠올려보면 그 나라의 음식이 다시 그곳을 가야 할 중요한 기억이고 이유로 남아있다. 여행지에서 유명하다는 메뉴와 음식보다 그 지역 로컬 식당을 찾아서 먹기를 선호하는데 그곳의 사람들이 매일 먹는 그런 음식이 궁금해서다. 그곳의 로컬 음식을 먹으며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상상을 한다. 그곳의 다른 모든 게 흥미롭더라도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이 맞지 않으면 계속해서 살아가기는 힘들 거라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밀러는 이미 한국의 문화와 주거양식이 흥미롭고 정겨운데  음식까지 입에 맞아버렸으니 이곳에서 살아야 ..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4-펜타곤과 진주만 시절

읽고 단상쓰기#04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04일차펜타곤과 진주만 시절86p~112p  단상 쓰기위안부에 대한 아픔은 접할 때마다 슬픔과 분노가 치민다. 심문 내용은 담지 못하고 생략하고 지나간 것은 너무 참혹했기 때문일 것 같다. 종전 후 일본으로 가라는 군명령이 떨어졌음에도 기어이 한국으로 발령받은 동료를 찾아내서 사령부를 통해 발령지를 바꾸면서까지 한국으로 향하는 밀러를 보면서 나는 지금까지 흐르는 대로 떠밀려 다니며 살아온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이미 정해진 운명이란게 있는 것도 같은데  밀러의 한국행을 위한 행동을 보면 그저 정해진 것도 아닌 것 같다. 전쟁 중에도 종전 후 한반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까지 했다니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웠다지..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3-해군 일본어학교 생도가 되다.

읽고 단상쓰기#03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03일차해군 일본어학교 생도가 되다.53p~85p  단상 쓰기밀러가 한국과의 인연이 닿은 이유가 단순히 해군 일본어 학교에 입학해 일본을 먼저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배런 신부의 한국 경험이 먼저였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일본에 의해 한국에서 추방된 종교인이 해군 군종단에 들어가 군종 신부로 활동하다가 해군 일본어 학교의 교장으로서 점령당한 코리아의 고통을 전하는 장면은 “전쟁”, “군인”, “종교”, “박애”같은 서로 다른 낱말들이 빈틈없이 서로 맞닿아 있음이 느껴졌다.    인상 깊은 부분“지금은 일본에 점령당해 막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머지않아 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전승..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2-광산촌 닭집 아들

읽고 단상쓰기#02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  #02일차광산촌 닭집 아들29p~52p   단상 쓰기한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형제와 가족과 부모와 조부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과정이 마치 소설의 도입부처럼 다가왔다. 과거의 일상들이 현재의 기적을 만들고 다시 미래 희망의 동력이 되어가는 과정은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떠올렸다.  만약 밀러가 군인이 아닌  코닥을 선택했었다면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이라는 나라가 군인을 최고의 명예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나라가 아니었다면 밀러의 선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밀러 스스로도 심약함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 부분이  약간 의외였지만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01-저자의 말, 프롤로그

읽고 단상쓰기#01일차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 김영사, 2021)#01일차저자의 말, 프롤로그4p~28p  단상 쓰기 한국으로 귀화한 좋은 일을 많이 하신 외국인 중 한 분 인가했는데 건국 이후 한국에 귀화해 숨진 첫 번째 서양인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익숙했던 조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어떤 마음으로 사셨길래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할 일을 하시고 이 땅에 홀로 묻히기까지 하신 걸까.  어떤 일의 최초라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밀러는 처음 도착한 한국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바다 건너 낯선 땅에 나갈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가 떠올랐다. 그곳의 구름이 하늘빛과 어떤 표정을 짓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늘 볼 수 있는 하늘인데 딛고 서있는 곳에 따라 묘하게 혹은 확연히 ..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3일차-이런 사람이 있었네, 글을 닫으며

읽고 단상쓰기#23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23일차이런 사람이 있었네, 글을 닫으며542p~560p   단상쓰기 만년에 곤경을 겪으면서도 여든셋 평생을 한결같이 스승을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는 황상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매 순간 가성비만을 따지며 코앞을 살아가는 저에겐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 시로 읊는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라고 해도 (절대) 안 봤을 텐데 제가 이걸 책으로 읽었다는 게 믿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어느 날이 빠질세라 두툼한 책을 이리저리 안고 다니며 거의 매일 읽고 쓰고를 해냈다는 건 누군가와 함께 했기 때문이지 분명 저의 힘이 아닙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얇은 소설조차 완독이 힘들었던 저에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으..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22일차-일속산방을 꾸며보렵니다, 호사다마

읽고 단상쓰기#22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2일차22일차-일속산방을 꾸며보렵니다, 호사다마516p~541p   단상쓰기욕심 없이 청복만 바란다고 과연 청복이 지켜질지 염려했는데 일이 벌어졌다.누군들 물질세계 복잡하고 괴로운 계산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 않을까.누군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고약한 속내로 아비규환을 느끼며 상처받기를 원할까.다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속에 넋이니 혼이니 품고 사느라 세상 속 치사함 온몸으로 기꺼이 부딪히며 살아냄을 다 할 뿐이다.세상이 더럽고 괴로워 도망친다고 세상이 나를 과연 가만히 놔둘 리 없다.늙도록 일궈놓은 한 뼘 땅 돌무더기 비탈길 일속산방조차 가차 없이 앗아가는 게 세속 삶 괴로워 꼴 보기 싫다 도망..

삶을 바꾼 만남 #단상 쓰기 21일차- 슬픈 해우, 사다리는 치워지고 다리 끊겼네

읽고 단상쓰기#21일차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 문학동네, 2011)   #21일차슬픈 해우, 사다리는 치워지고 다리 끊겼네485p~515p   단상쓰기시로만 진가를 판단하는 시대에 다른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이학래. 그가 남긴 정관편의 글자체가 누구와 견주어도 반듯하고 꼼꼼하여 안쓰럽다.   이학래가 후에 스승인 다산을 떠났다고는 해도 힘든 시절부터 십수 년 다산 아래에서 성실히 수련했고 다산의 업적으로 남은 그 방대하고 까다로운 굵직한 작업들 모두 이학래의 뛰어난 실력과 헌신 없이는 결코 완성할 수 없을 정도라 했다. 이런 학문을 갖춘자에게도 도대체 조선시대에서 시가 의미하는 바가 뭐길래 시가 없다면 끝끝내 과거 급제의 문을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이학래를 스스로 우물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그가 ..